[과학을 읽다]고대로마는 '납 중독'으로 멸망했다?

사이언즈지, 최근 연구결과에 주목

▲고대 로마시대 사용됐던 납 파이프에서 우물물보다 100배 높은 납이 검출됐다.[사진제공=사이언스지]

▲고대 로마시대 사용됐던 납 파이프에서 우물물보다 100배 높은 납이 검출됐다.[사진제공=사이언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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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고대 로마 멸망의 원인을 두고 '심각한 납중독'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두고 역사학자들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고대 로마는 지금 못지않은 상하수도 시설을 갖춰 후세대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도시 곳곳을 상하수도 관으로 촘촘하게 연결해 사용했다. 귀족들은 집안에 가만히 앉아 물을 마시고 목욕을 하는 등 최첨단 시설을 누렸다. 몸을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

그게 문제였다. 대부분 상하수도 시설에 들어간 파이프가 불행히도 납으로 만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사이언스는 21일(현지시간) '납중독이 고대 로마를 패망시켰을까(Did Lead Poisoning Bring Down Ancient Rome?)'라는 기사를 통해 이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마의 멸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최근 고고학자의 납 중독을 두고 연구를 진행한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무슨 말인가 싶겠다. 연구결과와 그 배경을 찬찬히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실들이 숨어 있다.

고대 로마시대 때 귀족들은 납 그릇에 끓인 음료수를 마셨다. 귀족이라는 신분을 뽐내기라도 하듯이.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귀족들은 직접 우물물을 길어 마시는 게 아니라 집안까지 끌어 왔다. 어찌 지체 높으신(?) 양반이 물을 마시기 위해 우물까지 걸어갈 수 있단 말인가. 집안까지 상수도 파이프를 연결했다. 바로 납 파이프였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두고 로마는 '납중독'으로 패망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납중독으로 로마의 엘리트층들에게 통풍 같은 심각한 질병을 불러왔고 이로 인해 로마의 패망이 빠르게 진행됐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납중독은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처음에는 밥맛이 떨어지고 변비, 복부팽만감이 나타난다. 계속 진행되면 급성 복통을 호소하는 것은 물론 권태감, 불면증, 노이로제, 두통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그러다 결국에는 영양 상태가 나빠져 얼굴빛이 창백해진다. 납중독은 특히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키면서 정신이상, 신체마비, 빈혈, 구토가 일어나는 심각한 현상으로 이어진다.

물론 역사학자들 사이에 한 나라가 멸망하는데 '납중독' 때문이라는 것은 그렇게 썩 논리적이지도, 납득할 만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도 있다. 지금도 이를 두고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이 고대 로마의 수돗물이 얼마나 심각하게 납에 오염됐는지에 대한 연구를 직접 진행됐다. 연구팀은 우선 고대 로마 항구도시였던 포르투스 항구와 강 하류의 고대 납 파이프의 침전물을 직접 파내 살펴봤다. 포르투스는 바다와 티베르강이 연결돼 있는 항구도시이다.

연구팀은 침전물 샘플에서 납 동위원소를 비교했다. 결과적으로 현재까지 전해져 오는 고대 로마의 납 파이프에 남아있는 침전물에서 희대의 기록적인 납중독 수치가 나왔다. 이를 토대로 유추해 봤을 때 고대 로마의 수돗물은 당시 지역의 우물물보다 많게는 100배 정도 더 많은 납이 들어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납 중독수치를 종합해 본 결과를 두고 연구팀은 "이 정도의 수치라면 예상 외로 수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특히 고대 로마의 귀족층만이 주로 상하수도를 이용한 만큼 수돗물의 심각한 납중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로마멸망의 절대적 요인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온라인판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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