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점차 고령화되는 선원들이 문제였나 … 재교육도 부실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 완전히 가라앉기 전 세월호의 모습

▲ 완전히 가라앉기 전 세월호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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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이 점차 '인재' 였음이 드러나는 가운데, 항해사들이 점차 고령화되는 데다 이에 상응할 만한 안전ㆍ재난 관련 재교육도 미흡했던 것이 사고 원인 중의 하나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고에서 승객들을 뒤로 한채 먼저 탈출한 이준석 선장은 올해로 69세. 6825t이나 되는 국내 최대급의 여객선을 운행하기에는 대체인력임을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나이다. 김재범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은 사고 직후 이에 대해 "선박의 항해는 연령에 관계없이 항해사 자격증만 갖추면 된다"면서 "이준석 선장은 2급 항해사 자격을 갖춘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선원의 고령화가 비상 상황 시에 대응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사 중엔 80세에 가까운 분들도 있다고 하지만 승객 안전과 관련된 항해사의 경우 69세면 상당히 많은 편"이라면서 "아무래도 고령자의 경우 긴급 상황에 대처할 능력이 조금은 떨어지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 항해사의 경우 기울어진 배에서 몸도 잘 가누지 못할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선원의 고령화는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선원고용정보센터가 발표한 '2013년 선원통계연보'에 따르면 국내 내항선 항해사 3320명 중 60대 이상은 34%인 1132명. 20세 미만~40세 항해사를 모두 합친 412명(12.4%)에 비해 두 배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번 사고에서도 이 선장을 비롯해 대다수 조타수ㆍ조기장들은 60대 전후의 나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들은 대부분 인건비 절감을 위해 계약직ㆍ촉탁직으로 1~2년간 일하는 경우가 많아 갑작스럽게 닥쳐온 사고에 대응할 리더십이나 판단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해양수산부 역시 2010년 출간한 '대형 해양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체제 운영개선연구' 보고서에서 고령화의 문제점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해수부는 ▲ 선원들의 고령화 ▲ 운항 일정 촉박 ▲ 안전관리 매뉴얼 분량 과다 ▲ 선원 자질 부족 등을 안전위협요소로 꼽은 바 있다. 물론 고령층 항해사라고 해서 운항능력이 부족하다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특히 위기대처훈련이나 변화한 선박운영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재교육이 있다면 오히려 한 분야에 오래 정착한 '베테랑'이다 보니 운항에 더 능숙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고령층 선원들에 대한 '재교육'이 부실하다는 점이다. 청해진해운 측이 공개한 세월호의 운항관리규정에 따르면, 세월호 선원들은 10일에 한 번씩 비상대응훈련을 받게 돼 있다. 그 외에도 3개월, 6개월 단위로 받아야 하는 훈련들이 규정돼 있다.

 그러나 청해진해운이 지난해 지출한 교육ㆍ연수비는 다 합쳐 54만원 수준이었다. 실전 훈련은 커녕 구두ㆍ서면 교육에 그쳤을 가능성을 추측케 하는 대목이다. 합동수사본부의 조사에서도 세월호의 일부 선원들은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의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의 교육과정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양수산부가 내놓은 선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항해사들의 경우 5년에 한 번씩 기초안전교육ㆍ상급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교육 기간이 각각 4.5일~5일에 지나지 않는 데다가 재교육은 이보다 적은 2~3일만 교육을 받으면 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선원들은 이런 교육마저 달가워 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5년마다 안전교육을 받는 것이 의무화돼 있지만 많은 선원들이 이를 귀찮아하거나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해양수산연수원 측은 "선원들을 교육하기 위해 부산 본원, 인천 사무소 등에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격오지에는 교수까지 파견하고 있다"며 "선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인 만큼 매 시간 출석체크까지 해 가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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