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이 위험하다…성장 둔화로 10억명 빈곤층 전락 위험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빈곤층을 가까스로 벗어난 전 세계 10억명 인구가 개발도상국 경제 성장 둔화로 다시 빈곤층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규정한 빈곤층 기준은 하루 소득 2달러 미만 계층이다. FT는 이코노미스트 대부분이 하루 소득 10달러 이상을 중산층으로 분류하는 것을 감안해 2~10달러 소득 계층을 빈곤층과 중산층의 경계에 놓인 '취약한 중산층'으로 분류했다.FT가 1970년대 이후 전 세계 122개 개도국에 대한 세계은행의 소득분배 지표를 분석한 결과 전 세계 인구의 40%에 해당하는 28억명의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하루 소득 2~10달러로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중이 큰 소득집단이 '취약한 중산층'인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가운데 상당 수가 다시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하루 2~3달러를 벌어 빈곤층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경계선에 하단에 위치한 인구 수가 9억5200만명으로 집계됐다.

또 그동안 빈곤인구 감소세와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가 뚜렷했는데,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와 민트(멕시코·인도네시·나이지리아·터키)에서 특히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말은 신흥국 및 개도국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면 '취약한 중산층'의 빈곤층 회귀가 더 속도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취약한 중산층'이 다시 빈곤층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동안 중산층 인구 확대를 노리고 신흥국에 아낌없이 투자를 했던 기업들에게도 위기로 인식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세계은행(WB)은 개도국의 경제 성장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전에 전망했던 것보다 평균 2∼2.5%포인트 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도 신흥국의 느려진 성장 속도 등으로 향후 수년간 전 세계 경제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카우시크 바수 WB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수년간 빈곤층에서 갓 탈출한 계층이 다시 빈곤층으로 추락할 위험성이 매우 높다"며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구조개혁 등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