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한식, 태조 이성계 건원릉 '함흥 억새' 베는 날

지난해 건원릉 예초의 장면

지난해 건원릉 예초의 장면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오는 6일 한식(寒食)을 맞아 경기 구리시 인창동에 자리한 태조 이성계의 능인 '건원릉(健元陵)' 봉분을 덮고 있는 억새(청완) 베기 행사가 진행된다.

'청완예초의'라고 불리는 이 의식은 태조 이성계(李成桂, 1335~1408)가 1408년 승하하면서 고향인 함흥에 묻히길 원했으나, 유명(遺命)을 따르지 못한 아들 태종 이방원(李芳遠, 1367~1422)이 함흥 땅의 억새로 봉분을 조성한 것이 유래가 돼 오늘에 이르렀다. 다른 능들의 봉분은 5월부터 9월까지 5~7차례 깎지만, 건원릉의 봉분은 한식날 단 한 차례 예초(刈草, 풀베기)를 한다.조선왕조실록의 인조실록 인조 7년 3월 19일자 1번째 기사에 따르면 "원래 태조의 유교(遺敎)에 따라 북도(北道)의 청완을 사초(莎草)로 썼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다른 능과는 달리 사초가 매우 무성하였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건원릉의 봉분이 잔디가 아닌 흙을 붙여 뿌리째 떠낸 함경도의 억새((북도청완, 北道靑?)를 입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왕릉관리소는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온 이 의식을 5년 전부터 절향(節享, 계절에 따른 제사)인 봄 제사로 거행해 오고 있다. 오는 6일 오전 8시부터 능 윗부분의 억새를 베는 예초의식을 행하고, 9시 30분에 재실(齋室)을 출발한 제관의 행렬에 이어 1년간 자란 억새를 제거했음을 알리는 고유제(告由祭, 중대한 일을 치른 뒤에 지내는 제사)를 지낸다. 관리소는 조선왕릉 제향(祭享)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음복(飮福)행사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행사에 참여를 원하는 시민은 조선왕릉관리소 동구릉 누리집(http://donggu.cha.go.kr, 동구릉소식)을 참조하고, 기타 자세한 사항은 동부지구관리소(031-563-2909)로 문의하면 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