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온아트의 샛별' 이반 나바로 갤러리 현대서 亞 최초 개인전

작품 'WANT'(중국 광저우 시틱플라자 평면도를 따서 만듦) 옆에선 이반 나바로(Ivan Navarro).

작품 'WANT'(중국 광저우 시틱플라자 평면도를 따서 만듦) 옆에선 이반 나바로(Ivan Navar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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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전시장 벽면과 바닥에 빛이 반짝거린다. 추상적인 형태의 틀 안에 네온이나 형광등의 소용돌이가 무한대로 뻗어 들어간다. 바닥에 놓인 우물모양의 네온 작품을 내려다 보면 마치 빠져버릴 것만 같은 공포감마저 감돈다. 온통 깜깜한 전시 공간 속 빛의 작품들은 거울을 만나 만들어낸 착시효과로 경이로운 아우라를 뽐내고 있다. 형형색색 빛을 뿜는 작품들은 '루미나리에'(불빛축제)를 옮겨 놓은 듯하다.

이반 나바로의 아시아 첫 개인전이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네온 아트의 떠오르는 별'로 평가받는 칠레 출신 작가다. 그는 최근 뉴욕 메디슨 스퀘어 파크에서 대형 설치 프로젝트를 선보였으며, 2009년엔 베니스 비엔날레 칠레관에서 전시를 갖는 등 세계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반 나바로는 줄곧 '빛'과 관련된 소재로만 작업을 하고 있다. 유년시절의 지울 수 없는 기억 때문이다. 1972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그는 피노체트의 잔인한 독재정권 속에서 성장했다. 피노체트는 반정부 시위대와 정적을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시민들을 가정에 고립시켜 통금을 시행하고 정전이 일어나게 했다. 어둠으로 대중을 통제한 권력에 맞서 작가는 빛으로 '희망'을 표현했다. 빛은 곧 자유에 대한 갈망과 해방이다.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이반 나바로의 전시 '299 792 458 ㎧'에서는 작품 14점이 설치돼 있다. 전시제목은 빛의 속도를 뜻한다. 작품 중에는 작가가 지난 2011년부터 유명한 고층건물의 평면도를 네온 조각작품으로 변환해 온 작업들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마천루로 꼽히는 미국 시애틀의 '콜롬비아 센터', 시카고의 '윌리스 타워', 중국 광저우의 '시틱 플라자'와 함께 서울의 잠실 '롯데월드타워'도 있다. 네온과 투시거울을 사용한 작품들은 300m 이상의 높은 건물을 꼭대기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롯데월드타워를 표현한 작품 '짐(Burden)'에 대해 그는 "초현대적인 건물의 높이는 일종의 권력과 유토피아적 이상주의를 뜻하는데, 작품 제목에 쓰인 단어는 그와 반대됨을 암시한다. '짐'이란 말이 시적이면서도 밑으로 쳐지는 듯한 건물의 형태와도 어울려 제목으로 붙였다"고 설명했다. 4월27일까지. 02-2287-350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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