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서울대·교수·유학파' 출신 新바람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올해 4개 금융지주 주총에서 사외이사가 약 40% 교체될 전망이다. 우리·하나금융은 21일, 신한금융은 26일, KB금융은 28일 각각 주총을 열어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한다. 올 주총에서 새로 선임되는 13명 등 전체 33명의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의 특징은 '서울대 출신·유학파·교수'로 요약된다.

금융업계에서는 권력기관 출신 인사의 감소와 전문가 그룹의 부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거수기 역할만 하면서도 고연봉을 받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간판 중심의 편중인사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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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사 사외이사 33명 중 서울대 출신은 16명으로 절반을 차지했다. KB금융 지주는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8명이 서울대 출신으로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우리금융은 6명 중 5명, 하나금융이 8명 중 2명, 신한금융은 10명 중 2명이 서울대 출신이다 .

사외이사 중 15명이 전현직 교수로 학계 출신이 많은 것도 특징 중 하나다. KB금융은 신규 사와이사인 조재호 서울대 경영대 교수, 김명직 한양대 경제금융대학장,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를 비롯해 총 6명이 학계 인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각각 3명, 신한금융은 2명이 교수출신이다.

이처럼 학계 인사가 많다 보니 자연스레 유학파의 비중 또한 높다. 사외이사 33명 중 재일교포 등을 제외하고도 18명이 해외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반면 금융계, 법조계 출신은 9명으로 일단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은 대폭 줄었다. 이같은 현상은 신규 사외이사들 사이에서 더욱 부각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임명될 사외이사 13명 중 절반이 넘는 7명이 교수 출신이며 서울대 출신은 4명, 유학파는 5명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한 금융지주사의 고위관계자는 "최근 경제정책에서 금융의 비중이 크게 줄어 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면서 "이 때문에 전문가가 많은 학계에서 인물들을 찾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영진 감시라는 사외이사의 역할을 볼 때 지나치게 스펙중심의 편중인사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12년 한 해 동안 4대 지주 사외이사 34명이 받은 1인당 연간 평균보수는 5596만원이다. 이들이 참석하는 이사회는 연간 8∼15회 정도다. 결국 회의당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600만원 이상씩 챙기는 셈이다.

고연봉을 차치하고서라도 사외이사들이 경영진 감시 기능을 제대로 하느냐가 관건이다.

2012년의 경우 4대 금융지주 이사회에 올라온 총 안건 116건 중 부결된 건은 1건(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 관련 건), 수정의결 2건뿐이었다.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안건에 꿀먹은 벙어리였다는 점을 방증하는 통계다.

특히 권력기관 출신 낙하산 인사가 줄더라도 특정 학교와 직군 출신으로의 쏠림현상은 경영진 견제기능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국민은행 노조는 새 사외이사 후보 3명을 비롯해 사외이사 5명이 경영진과 금융당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작아 보인다며 이들의 선임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편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소액주주에 의한 사외이사 선임은 기존 사외이사들과는 다른 독립적 위치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전에 발간한 공약집에도 담겨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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