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피의 결혼', 스페인 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이 만나다

3월27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이윤택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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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 '스페인의 심장'이라 불리는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의 '피의 결혼(Bodas de sangre)'이 3월27일부터 4월5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피의 결혼'은 결혼식 날 다른 남자와 도주한 신부와 그들을 뒤쫓는 신랑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사랑, 본능이 지배하는 세계를 시적으로 그려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로르카는 신부가 결혼식 날 사랑하던 사람과 도주하고, 그 남자와 신랑이 서로를 죽였다는 설화를 듣고 순간적인 영감에 이 작품을 써내려갔다. 특히 이번 무대는 이윤택 연출에 의해 스페인 플랑멩코와 우리 장단이 어우러지는 한바탕 놀이마당으로 꾸며진다. 즉흥적이고 매혹적인 플라멩코는 가야금, 피리를 비롯한 타악의 변화무쌍한 한국 전통장단과 어우러져 더욱 강렬한 에너지의 축제극으로 탄생한다. 국악 퓨전 음악그룹인 반(VANN)이 라이브 연주를 담당하며 매 공연 20분 전부터 무대에서 흥겨운 미니콘서트를 마련해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이윤택 연출은 "스페인 플라멩코 댄서인 연출자 분이 플라멩코와 한국의 전통이 만나면 어떨까라는 얘기를 한 것이 작품의 계기가 됐다. 스페인과 우리는 한의 정서가 비슷하고, 플라멩코 리듬과 우리나라 음악 역시 잘 맞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연극은 말 중심이다. TV와 차이가 없고, 배우 중심의 연기가 계속되면서 연극이 가진 축제성의 강렬함이 손실됐다"고 덧붙였다.

플라멩코와 우리 장단이 신명나게 더해진 '피의 결혼'은 올해 남미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축제인 콜럼비아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이베로 아메리카노 페스티벌은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중남미 최대의 국제연극제로, 세계 각지의 다양한 작품들이 무대에 오른다. 특히 '피의 결혼'은 400편의 작품 중 '꼭 봐야 할 공연 10'에 선정되며 다시 한 번 축제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배우 김미숙은 이번 작품에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의 억척어멈을 맡아, 며느리가 저지른 사랑의 도피와 아들의 죽음을 바라봐야 했던 늙은 여인의 초탈한 감정을 격정적인 플라멩코로 표현해낸다. 어찌할 수 없는 비극 속에 놓인 신랑과 신부, 신부와 함께 도주하는 레오나르도 역은 이승헌, 김하영, 윤정섭이 각각 연기한다. 2013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통해 호평을 받은 연희단거리패의 연기 앙상블도 기대해 볼 만하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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