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월세시대' 선언한 주택정책

정부가 어제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저리의 전세 대출 등 전세 세입자 지원을 축소하는 대신 세액공제 등을 통해 월세 세입자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공공임대주택 사업주체를 민간으로 다각화해 공공 및 민간의 임대주택 공급도 크게 늘리기로 했다. 주택 임대차 시장 정책을 임대주택 공급 확대 원칙 아래 전세에 쏠린 수요를 월세를 유도하는 쪽으로 바꾸겠다는 신호다.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는 흐름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택 정책의 일대 패러다임 변화다. 2012년 1월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35.4%였다. 하지만 지난해 말엔 42.3%로 40%를 처음 넘어서더니 올 1월엔 46.7%로 높아졌다. 월세 비중이 높아져 왔지만 전세와 비교할 때 월세 임차인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조치는 월세 시대 전환에 걸맞은 정책 선택이라 할만하다. 임차인 반대편의 월세 임대 소득자에 과세를 강화키로 한 것도 '월세 시대'에 상응한 당연한 조치다. 월세 세입자는 집주인의 동의 없이도 월세 납입 증명만으로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3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도 있다. 월세 세입자 지위가 그만큼 강화되면서 월세 수입의 과세기반이 확보되는 것이다.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던 집주인들의 입장에서는 충격이 크겠지만 과세형평, 주택임대사업의 투명화 등의 효과가 예상된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정책이라도 부작용이 없을 수 없다. 전세 자금은 목돈을 저축하는 셈이지만 월세는 그냥 빠져나가는 돈이다. 더욱이 월세 주거비는 대부분 이자로 환산한 집값이나 전셋값에 비해 높은 편이다. 수도권 아파트를 전세에서 월세로 바꾸면 연평균 577만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 만큼 가계는 타격을 받는다. 정부 기대처럼 월세부담 완화가 곧바로 소비활성화로 이어지기 어려운 이유다.

세금 부담 만큼 월세를 올려 세입자에게 전가하거나 월세를 실제보다 적게 쓰는 이면계약 작성 등 음성화도 우려된다. 전세 지원을 줄임으로써 전세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걱정도 간과할 수 없다. 서민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할 때 '월세 대책'을 다시 한번 면밀히 짚어보고 보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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