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 위에 오른 'LTV·DTI 합리화'…시장 논란 확산


현오석 부총리 "반드시 검토하겠다"에 신제윤 위원장 "완화 없다" 선 그어
LTV와 DTI의 현재 적용수준, LTV는 선진국보다 엄격, DTI는 비슷
전문가 "자율 전환하되 완화필요" 지적 vs "가계부채 늘린다"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부동산 시장 '마지막 대못 규제'로 불리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은 당분간 변동이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경제3개년 계획에서 LTV, DTI를 '합리화'하겠다는 내용은 그대로여서 시장에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급증 속에 섣부른 규제완화는 금융시장 전반을 뒤흔들 수 있다며 불가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주택업계는 금융기관의 철저한 개인 신용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면 개인들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합리화' 두고 엇갈린 해석= 현재 집값에서 대출금이 차지하는 비율인 LTV는 집값의 40~60% 이하로만 대출이 가능하게끔 제한돼 있다. DTI는 매월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월 소득의 50~6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각각 2002년과 2005년에 도입된 이후 큰 변화 없이 틀을 유지하고 있다. 2012년 9월 20~30대 직장인은 미래소득 기준으로 DTI를 적용하기로 했지만 올해 9월에 끝나는 한시적 조치다.그런데 정부가 3개년 계획에 LTV·DTI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키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에 대해 "3개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할지 LTV, DTI를 반드시 검토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칼을 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금융권 수장의 해석은 달랐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정부 합동 브리핑을 통해 "LTV나 DTI 큰 틀은 현재와 같이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LTV와 DTI를 전면 손질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확대해석을 막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신 위원장은 "3개년 계획에서 LTV나 DTI를 얘기한 것은 특정한 방향성을 갖고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보호와 가계 부채의 안정적 관리 등 측면에서 (계속) 컨트롤을 하겠다는 의미"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LTV와 DTI 완화는 금융시장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히며 당장의 규제완화에는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시장에선 이미 논란 불 지펴= 하지만 박근혜정부가 역점 추진하겠다며 내놓은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의 어젠다로 LTV와 DTI 개선이 오른 것 자체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권은 신 위원장의 입장과 같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LTV는 51%, DTI는 36%로 파악됐다. LTV·DTI 규제를 받는 주택담보대출의 약 70%는 규제 최저기준을 넘는 것으로 나타나 이들 규제를 풀면 가계부채가 한층 악화된다는 것이 금융권의 지적이다.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LTV와 DTI 규제를 동시에 적용받는 수도권 대출 51조6000억원의 약 70%(36조원)는 LTV·DTI 최저기준인 50%를 넘었다. 주택업계의 요구대로 규제를 전반적으로 풀면 가계부채의 질과 양 모두 나빠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주택업계는 침체돼 있던 부동산시장이 차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규제를 풀어야 주택시장이 정상화되고 회복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사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에 이어 재건축 관련 규제 개선 추진 등의 영향으로 시장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이제 중요한 것은 DTI와 LTV 규제 완화"라고 말했다.

특히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자들이 신용대출 등으로 옮겨가며 더욱 불안해지는 경우가 있는 만큼 대출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전세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등 서민 주거불안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거래를 막는 원인으로 지적되는 DTI 규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의견은 나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DTI 등 금융규제를 완화해 신규 주택수요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도 "금융규제를 완화해도 현 상황에서 가계부채가 급격하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DTI를 결국 금융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운용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완화를 해도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전면적인 금융규제 완화는 가계 부채부실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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