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 中 부패와의 전쟁으로 고통

中 반부패 규제 강화로 해외 기업들 관련 비용 증가·일원화된 규정 없어 혼란 커져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부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 미국 기업들이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비용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중미국상공회의소가 중국에서 영업중인 400여개의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6.8%의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반부패 규제가 관련 국제법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는 1년 전 같은 조사에서보다 15.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반면 중국 정부의 규제보다 국제 컴플라이언스 규정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기업들의 비율은 37.4%에서 32.1%로 감소했다. 이와 같은 응답은 중국 정부가 부패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 해외 기업들에게도 투명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미 기업들은 강화된 컴플라이언스 규제에 발맞춰 회사 내규도 손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6%의 기업들은 컴플라이언스 관련 프로그램을 늘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50%는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향후 컴플라이언스 비용을 늘리겠다고 답한 기업도 40.3%에 달했다. 반면 관련 비용을 줄이겠다는 응답은 0.6%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과 이로 인한 컴플라이언스 비용 상승 등으로 경영상 리스크가 커졌다는 응답도 18.8%를 기록했다. 산업별로는 헬스케어 기업들의 타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기업들이 경영활동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은 것 역시 비용 상승이었다. 치솟는 비용이 경영에 '매우 심각한 또는 어느 정도 심각한' 어려움이 된다는 응답은 89.1%에 달했다. 이와 함께 숙련공 부족 등 인력 제한과 경쟁 심화, 시장 성숙도 부족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비용 상승에 대한 대처방법으로는 20.1%의 기업들이 인력감축과 시설 자동화를 꼽았다. 13.6%는 중국내 비용이 낮은 다른 지역으로 회사를 이전하거나 이전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중국 밖의 다른 국가로 이전했거나 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기업도 9.2%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기업들의 순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것은 서비스 부문이었다. 서비스 산업이 기업들의 순익에 차지하는 비중은 52.8%로 전년 조사에서보다 13.4%포인트 늘었다. 반면 제조업의 비중은 10%포인트 줄어든 37.1%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가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경제 체질개선과 관련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컨설팅기업 컨트롤리스크의 켄트 케들 이사는 "대부분의 미국 기업들에게 컴플라이언스 부문이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과 같이 일원화된 규정 없이 다수의 정부 기관들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기업들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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