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전자 손 들어주기까지…판단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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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분쟁 과정에서 삼성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결정은 국내에서 표준특허권자의 침해금지 청구가 지식재산권 남용행위로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한 최초의 사례다. 이에 따라 공정위 역시 당초 예상한 것보다 한 달 정도 시간을 더 쓰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판단의 핵심은 '양 회사의 성실한 협상 여부'였다.

26일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제3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관련한 표준특허의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불공정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소송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공정위 판단의 핵심은 양 회사가 표준특허 이용을 위한 협상에 성실히 임했는지에 맞춰졌다. 삼성전자는 '프렌드(FRAND)' 확약에 따라 자사의 표준특허를 잠재적 실시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했고, 애플 역시 특허 협상에 성실히 임할 의무가 있었다.

공정위는 애플이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와의 협상 중에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협상 분위기를 특허분쟁 소송 국면으로 유도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애플이 소송 종결시까지 삼성전자에 어떠한 실시료도 지불할 의사가 없는 점에서 '역 특허억류'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역 특허억류는 잠재적 실시자가 성실하게 라이선스 협상을 하지 않거나 실시료 지급을 지연·회피하는 것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프렌드' 선언을 한 표준특허권자로서 협상을 성실히 이행했는지에 대해서도 "협상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냈다. 금지청구소송 제기를 전후로 애플에 다양한 실시조건(구체적 내용은 비공개)들을 제안했고, 애플이 제시한 실시료율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상을 진행했다는 점에서다. 실시료율이 과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견에 대해서도 "실시료율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제안한 실시료율이 '프랜드' 조건에 위반되는 과도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에서 중요한 판단 근거는 '프렌드' 법리 이행 여부와 양 회사의 협상에 임하는 태도가 됐을 것으로 봤다. 먼저 '프렌드' 법리 이행 여부 판단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정동준 수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는 "표준특허 침해금지 청구소송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인지 여부를 가린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표준특허는 로열티 협상으로 풀라는 것"이라며 "학계의 다수설은 금지청구권까지 인정되는 것은 프렌드 정신에 위반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양 회사 중 어느 쪽이라도 '협상에 임할 자세가 전혀 돼 있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결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정 변리사는 "애플이 소송 종결시까지 삼성에 어떤 비용도 지불할 수 없다고 한 부분에서는 협상의지가 전혀 없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봤다.

공정위 역시 이번 판단이 새로운 유형의 사건에 대한 것이었던 만큼 향후 위법 여부를 판단할 때 국내외 판례와 해외 경쟁당국의 논의동향, '프렌드' 법리, 양 회사의 성실한 협상 여부 등을 다각적인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중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향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표준특허권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법집행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1년 4월 애플을 상대로 3세대 이동통신 기술 관련 표준특허 침해금지 소송을 냈다. 이에 애플은 2012년 4월 삼성의 제소가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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