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I펀드, 이름값 못하네

1년 수익률 -2.11%···대기업 투자로 차별성 잃어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사회책임투자(SRI)펀드가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장단기 수익률이 바닥으로 주식형 펀드 대비 차별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1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12개 SRI펀드(ETF제외)의 1년 수익률은 -2.11%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수익률(코스피 등락률, -1.41%)은 물론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0.78%)보다도 부진한 성과다.

펀드별로는 'NA-CA장기성장대표기업 CLASS C 1'의 수익률이 2.19%로 그나마 체면을 지켰다. 이어 IBK좋은기업바른기업 주식 A'(1.39%), '마이다스책임투자 주식 A1'(1.31%), '우리프런티어지속가능기업SRI 1'(0.84%)'만 플러스 수익을 냈을 뿐 나머지 8개 펀드는 모두 손실을 냈다. 연초 이후로는 12개 펀드 모두 평균 -5%에 달하는 손실을 내고 있다.

황윤아 제로인 연구원은 "SRI펀드가 장단기 성과 모두에서 주식형이나 코스피 대비 이점이 없는 이유는 종목 차별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편입 종목 결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투자설명서상 공시되지 않고 관련 법률도 없어 다른 펀드와 차별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SRI펀드는 환경, 복지, 지배구조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들 중 성장 잠재력이 높은 곳에 투자하는 펀드다. 하지만 국내 SRI펀드는 시가총액 상위종목 일변도로 투자해 일반 주식형펀드와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운용사들이 안정적인 실적을 위해 펀더멘털이 뛰어난 일부 종목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다는 것.

실제 SRI펀드들의 보유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화학, NAVER, 현대모비스, 기아차, 삼성물산, 현대중공업, 신한지주 등 시총 상위주 일색이다. 그나마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아닌데 편입비가 높은 종목은 만도, 서울반도체 뿐이다.

한 펀드 매니저는 "SRI펀드는 장기성장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펀드로 기업의 성장성과 지속가능 성장 가능성을 두루 관리해 운용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매니저들의 평가가 1년 단위로 이뤄지다 보니 상위주 위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