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통신사, 기기만 바꾸는데 유심비를 왜 받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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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지난달 A(35)씨는 가입한 이동통신사의 ‘기기변경’ 프로그램을 통해 새 스마트폰을 장만했다. 번호이동을 하려니 가족끼리 같은 이통사를 이용하면서 요금을 할인받는 혜택이 사라질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달 요금 청구서에 유심(USIM)카드 비용이 포함된 것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 유심이 있는데 필요 없이 하나가 더 생긴 꼴이 됐기 때문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판매자들이 기기변경 대상자에게도 유심비를 부과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휴대폰을 교체할 때 현재 사용하는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입한 이동통신사를 바꾸는 ‘번호이동’의 경우 가입비·유심비가 부과된다. 그러나 가입을 그대로 유지한 채 휴대폰 기종만 바꾸는 기기변경은 가입비가 면제되며, 유심비도 낼 필요가 없다. 쓰던 유심카드를 그대로 쓰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온라인에 게시된 휴대폰 관련 판매 공지에서는 기기변경 판매 조건에 ‘유심비 후납(다음 달 요금에 합산청구)’을 표시한 사례를 여러 건 찾을 수 있다. 유심비는 이통사와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르나 LTE용을 기준으로 SK텔레콤의 경우 9900원, KT는 9900원, LG유플러스는 8800원이다. 이에 대해 해당 판매업체 측은 “기계마다 유심의 규격이 다를 수 있고 3G 사용자가 LTE로 가입할 경우에는 새로 LTE용 유심을 사용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LTE 스마트폰 사용자가 다른 LTE 기종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전에 사용하던 유심을 그대로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3G 휴대폰의 경우 가로 25㎜, 세로 15㎜의 일반 유심이 쓰였지만, 2012년부터 시중에 출시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가로 15㎜, 세로 12㎜의 ‘마이크로유심’이 쓰이고 있으며, 유심을 구입할 때 마이크로유심을 일반 유심처럼 쓸 수 있는 ‘어댑터’도 함께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애플 아이폰의 경우만 마이크로유심보다 더 작은 ‘나노유심(가로 12.3㎜, 세로 8.8㎜)’이 쓰인다.

이통사에 따라 LTE 요금제 가입자가 기존에 쓰던 3G 유심을 LTE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SK텔레콤의 경우 3G에서 쓰던 유심카드를 LTE 스마트폰의 유심카드 슬롯에 맞게 잘라낸 뒤, 이통사 지점에서 인증 절차를 거쳐 사용할 수 있다. 때문에 기존에 쓰던 유심이 있는 사용자는 가입 이통사의 지점을 통해 유심비를 환불받고 재활용할 수 있지만 직접 찾아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기기변경을 선택한 경우 처음 개통할 때부터 유심 구입 여부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리점 관계자는 “휴대폰을 아예 분실해서 새로 구입하는 경우 등 가입자마다 천차만별이기에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면서 “유심비가 비교적 소액이다 보니 모르고 지나치는 가입자도 많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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