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사활 건 삼성, 아마존과 동맹 강화

울트라HD TV용 콘텐츠 확보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수년전부터 애플, 구글 보다 더 무서운 경쟁자로 삼았던 아마존과 동맹을 강화하고 나섰다. 콘텐츠 시장을 놓고 다투기 보다는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의 콘텐츠 전략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4'에서 울트라HD(UHD) TV용 콘텐츠 확보를 위해 아마존, 넷플릭스, 엠고, 디렉티비 등 콘텐츠 기업들과 협력한다고 밝혔다. 영화사 파라마운트, 폭스와도 제휴했다. 하드디스크 형태로 UHD 영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을 담은 'UHD 비디오팩'도 출시할 계획이다. UHD 콘텐츠는 풀HD 콘텐츠 대비 데이터 용량이 최소 4배 이상 크기 때문에 블루레이에도 영화 한편을 담기 어렵다.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하드디스크 형태로 UHD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눈여겨 볼점은 삼성전자의 UHD 콘텐츠 주요 협력 파트너 중에 아마존이 들어있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아마존을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삼아왔다는 점에서 전략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삼성은 애플이 소프트웨어를 무기삼아 IT, 전자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했듯이 콘텐츠가 전자업계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아마존을 경쟁자로 판단해왔다. 그러나 이번 협력 강화를 통보해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해 아마존과 경쟁하기 보다는 협력을 강화하는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와 유통에 특화된 아마존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삼성전자의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중 하나다.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인데도 아마존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전자책, 영화, 드라마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 유통은 아마존이 대부분 장악하고 있다.

아마존은 이같은 콘텐츠를 무기로 태블릿PC 시장에도 진출했다. 하드웨어에선 돈을 남기지 않지만 콘텐츠를 팔기 위해 하드웨어를 보급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삼성전자도 이같은 점에 주목했다. 한해 휴대폰 4억대, TV 5000만대를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플랫폼에 아마존의 콘텐츠를 더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아마존의 국내 시장 진출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삼성전자와 아마존의 협력 관계가 강화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삼성전자는 자신의 스마트TV와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하드웨어 플랫폼을 제공하고 아마존은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서비스 할 수 있게 돼 두 회사의 협력 관계가 IT, 전자 시장 트렌드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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