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역설'…경매 낙찰총액 17조원대 돌파

낙찰총액, 수도권 아파트 '1위' 3조6181억원
경매횟수 27만6996회…3년 만에 증가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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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올해 부동산경매 낙찰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7조원을 넘어섰다. 경매 누적 횟수와 입찰자 수 또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경매로 내몰린 주택이 늘면서 경매 시장은 오히려 호황을 누리는 역설이 나타나는 셈이다.24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경매를 통해 낙찰된 총액은 17조1320억원으로 지난해(15조1247억원) 대비 13.3% 증가했다. 이는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다.

장기간 경기가 침체된 데다 하우스ㆍ렌트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서 경매 물건이 급증했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들까지 경매장에 대거 몰리며 낙찰 물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주거시설 낙찰가총액은 지난해 5조6472억원에서 올해 6조5232억원으로 15.5%(8761억원) 증가, 금액 기준으로 증가폭이 가장 컸다. 이 중 아파트 낙찰가총액 증가액은 6854억원으로 전체 주거시설 낙찰가총액 증가액의 78.2%에 달했다.반면 전체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은 근린시설 물건은 경매진행 누적횟수가 줄어들면서 낙찰 건수와 낙찰가총액이 동반 감소했다. 지난해 낙찰가총액이 3조5060억원을 기록한 근린시설 물건은 올해 3조4866억원으로 194억원(0.6%) 하락했다.

3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경매 누적 횟수가 상승 반전했다. 전국 법원의 경매 누적횟수는 미국발 금융위기 다음 해인 2009년 33만7000여회를 기록한 이후 지난해 26만6000여회로 지속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27만6996회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이처럼 경매 누적 횟수가 늘어나면서 낙찰 건수도 증가했다. 낙찰된 경매물건 수는 지난해 7만3237건에서 올해 7만7868건으로 6.3%(4631건)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아파트 낙찰 건수가 가장 크게 증가했다.

경매시장 열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올해 하반기 쏟아진 물건들이 유찰돼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2~3회 유찰된 물건에 입찰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물건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경매시작가를 감정가의 80%로 변경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민사집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경매에 소요되는 기일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취득세율 영구 인하 등 다양한 정책으로 인해 내년 경매 시장도 긍정적"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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