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칼 아이칸, 올해 美증시 '승자'

아이칸 엔터 주가 올해 150% 폭등..기업 사냥꾼 비난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올해 미국 주식시장의 신고가 행진에도 월스트리트의 많은 금융사가 순탄치 않은 한 해를 보냈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부실 모기지 판매로 미 정부로부터 13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소송을 당한 뒤 은행 부문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사모펀드 업계의 거물 스티브 코헨은 불법 내부거래로 유죄를 선고 받았다.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 윌리엄 아크만은 증시 하락에 베팅했다 쓴 맛을 봤다.하지만 주식 랠리로 월스트리트에서 승자가 된 인물도 많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올해 월스트리트의 최고 승자로 '기업 사냥꾼',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77ㆍ사진)을 꼽았다. 투자업체 아이칸 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그의 올해 자산은 수십억 달러나 늘었다. 아이칸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올해 들어 지금까지 150% 폭등했다.

아이칸은 행동주의 투자자의 전성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소액 주주들을 선동해 이사회 흔드는 방식으로 주식가치를 끌어올린다. 일각에서는 이런 투자방식에 대해 거세게 비난한다.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으로 경영권을 빼앗은 뒤 차익만 챙기고 되파는 이른바 '먹튀'라는 것이다.

실제 아이칸의 투자방식은 많은 기업들에게 위협이 되고있다. 아이칸은 표적이 된 회사의 이사진 의사와 상관없이 유효 지분을 인수한다. 이어 경영진에게 주주 이익 제고 방안을 제시한다. 경영진이 거부하면 위임장 대결과 공개 매수 등으로 적대적 인수를 감행한다. 그러나 표적 기업을 실제로 인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저 위협만 가해 해당 기업이 높은 가격에 주식을 되사도록 만드는 이른바 '그린 메일링' 작전으로 나선다.이같은 투자 방식으로 아이칸은 2006년 우리의 KT&G 사냥에 나섰다 공분을 샀다. 그는 당시 KT&G의 2대 주주가 된 뒤 이사진을 압박했다. 임금 과다 지급 금지, 담배ㆍ인삼 사업 분리 등 주주 입장에서 회사 가치가 올라가는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사회가 거부하자 회사를 아예 인수하겠다고 선언했다.

KT&G 경영진은 아이칸의 공격을 방어하느라 진땀 꽤나 흘렸다. 그는 수개월에 걸친 법정 다툼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한국을 떠날 때 그의 손에는 시세차익 1500억원이 쥐어져 있었다.

최근에는 미국의 '혁신 아이콘' 애플이 아이칸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그는 애플이 아이폰 판매로 쌓아놓은 현금을 주주들에게 나눠줘야 한다며 애플 이사회 흔들기에 나섰다.

아이칸은 미국 뉴욕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아버지는 무신론자로 오페라 가수였다. 어머니는 교사로 일했다. 프린스턴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아이칸은 뉴욕 대학 의대에 입학했지만 2년 군 복무 후 중퇴했다.

아이칸이 월스트리트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은 1961년이다. 그는 1968년 파생금융상품 거래 업체 '아이칸앤코'를 창업했다. 이후 아이칸앤코는 M&A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이칸에게 고초를 당한 기업은 담배제조업체 RJR 나비스코, 항공사 TWA, 영화 제작사 타임워너, 휴대전화 메이커 모토로라, 인터넷 기업 야후 등 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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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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