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범위 확대…그룹별 부담 규모는 얼마?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민규 기자, 이광호 기자] 대법원의 통상임금 범위 확대 결정에 따라 당장 재계는 14조~21조원에 달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은 인사팀, 총무팀 등을 중심으로 영향 파악에 골몰하고 있다. 업종별·계열사별 임금체계가 달라 현재 판결내용을 토대로 충당금 규모를 포함한 추가비용 등을 산정하고 있다. 아직 대략적인 추가비용 규모도 나오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국내 경제연구소들은 적게는 14조원, 많게는 38조원까지 국내 대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자동차, 조선 등 생산직 근로자가 많은 제조업체들은 임금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3개 주요 계열사가 일시적으로 환급해야 할 최근 3년치 임금이 2조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영업이익 추산치의 18% 수준인 1조5000억원, 기아차는 24%인 8290억원, 현대모비스는 6%인 1790억원이다. 또 내년 주당순이익(EPS)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4%, -7%, -1%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철수설이 나돌고 있는 한국지엠은 연간 1445억여원을 더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지엠은 기존 연간 퇴직급여 충당금 규모 495억원에 289억원을 더 추가해야 한다. 여기에 휴일·야근 수당, 연차유급휴가수당 등 연 2476억원의 부가비용이 3920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즉 매년 1445억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조선업계도 비상이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업체가 부담해야 할 일시적인 비용은 561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순이익 추정치의 19% 수준인 2610억원, 삼성중공업은 11%인 1350억원, 대우조선해양은 24%인 1290억원 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통상임금 증가에 따른 지속적인 영향을 받아 내년 순이익이 3∼15%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업계는 자동차나 조선업에 비해 통상임금에 대한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규모가 큰 데다 통상임금 범위에 따라 회사별로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 안팎의 추가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8000~9000억원의 인건비가 상승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초과이익분배금(PS)과 목표인센티브(TAI)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냐 여부를 놓고 연구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무직은 연봉제이므로 연봉에 상여금이 포함되고 이를 기반으로 퇴직금 산정이나 수당이 결정돼 별 영향이 없겠지만 생산직은 월급제여서 수당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LG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다른 전자업체들도 이번 통상임금 판결이 기업의 인건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롯데, CJ, 신세계그룹 등 유통·식음료 기업의 경우 대부분 연봉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업종 특성상 고용 규모가 커 만만찮은 영향이 예상된다. 이들 기업은 당초 내부에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추가비용 등을 비롯한 실제적인 수치를 뽑아내 내년 경영계획 등에 반영할 예정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부담이 커짐에 따라 대다수의 기업이 삼성처럼 실적에 연동된 상여금 체계로 임금체계 변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건비 부담 확대로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박민규 기자 yushi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