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전도사' 된 BOJ 총재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2년안에 2%대 인플레이션을 달성하겠다”

지난 4월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총재의 취임 일성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5년 장기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의 구원투수로 지명한 구로다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디플레이션 탈출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았다. 일본 국채 매입 규모를 두 배로 늘리는 등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물가를 끌어올리려고 애썼다.효과는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십수년간 제 자리 걸음이던 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지난달 식품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0.9% 상승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의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주요 선진 7개국(G7)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로 가파르다. 나쁘지 않은 경제다. 그럼에도 구로다 총제가 ‘인플레 전도사’로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구로다 총재는 16일(현지시간)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물가가 하락하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늦추는 경향이 있다”면서 “항상 수요 부족에 시달려야 하고 그 격차를 재정 부양으로 계속 메꿔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제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소비도 함께 늘어나야 하지만 물가 하락으로 가계지출이 줄어든 만큼 정부의 재정으로 메꿔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이어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수익성이 좋게됐고,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놓고 있다. 지금 기업의 현금 보유량은 GDP의 50%에 달한다”면서 “지난 15년간 기업들이 투자는 물리적 자산의 현금 흐름보다 훨씬 적다”고 지적했다. 기업 투자 증가가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경제성장율을 높일 수 있다는 구조적인 정책에 방점을 둔 것이다. 하지만 구로다 총재는 “(아베 총리의) 세 번째 화살은 여전히 중요하다”면서도 “정부의 성장률 목표 2% 달성을 위해선 디플레이션 제거만으로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인터뷰를 통해 2년내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을 장담했다. 그는 “물가가 2%로 오른뒤 다시 1%로 떨어지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면서 물가가 2%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계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은 시간이 강요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의 지침은 상황을 기초로 하는 만큼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양적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최근 일본의 물가 오름세가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효과라는 비난이 나온다. 이에 대해 구로다 총리는 물가 상승의 초기 단계에서 엔화 가치 절하가 영향을 줄 가능성을 인정했다. 하지만 음식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물가상승율이 지난달 0.3% 상승했다며 물가 오름세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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