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IB가 보는 한국 증시, 위기인가 휴식인가

[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최근 한국 증시에서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의 매도세로 2000선을 내주는 등 약세다.

지난 10월까지 44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로 14조4000억원어치의 한국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들이 지난달에만 32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일본·홍콩·대만 증시는 3~10% 오르는 강세를 이어갔다.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한국 증시의 부진이 과연 추세적 현상인지 해외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9일(현지시간) 내년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전망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아제이 카프르 메릴린치 아시아 담당 수석 투자전략가는 한국 기업의 실적 부진과 국내 시장의 유동성 경색을 우려했다. 그는 “한국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투자자들을 흥분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평했다.

바클레이스는 최근의 외국인 매도세가 한국 수출 기업의 이익을 약화시킬 수 있는 원화 강세 탓이라고 진단했다.해럴드 반 데르 린데 HSBC 아시아 자본시장 투자전략 책임자는 “한국 증시의 저평가 현상이 이미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몇 달 전과 달리 활발한 투자가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 증시에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다. 여기에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회복, 특히 중국의 경기호전으로 수혜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깔려 있다.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수출지표 호조는 이런 기대감을 부추기고 있다. 시티그룹은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3.7%로 잡고 코스피 지수가 15%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주요 기업들이 해외 기업보다 저평가된 상태여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올해 주가가 4.5% 하락한 삼성전자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6.6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6배에 불과하다. 현대자동차는 주가가 5.3% 올랐으나 PER는 6배, PBR는 1.1배에 머물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PER는 겨우 5.5배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투자전략가는 “한국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여전히 낮아 상승 여력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일본과 중국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계속 오를지는 의문”이라며 “한국 증시는 아시아의 다른 시장보다 높은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 전문가들은 미국이 이달 양적완화(QE) 출구전략을 내놓아도 한국 시장에 큰 위기가 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마이클 쿠르츠 노무라증권 수석 투자전략가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QE 축소 영향을 가장 적게 받을 나라가 한국과 대만”이라고 지목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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