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淸思]영화 '링컨' 꼭 봐야할 정치인들

[아시아경제 최창환 대기자]기권 8표, 반대 56표, 찬성 119표. " 노예제를 폐지한 미국수정헌법13조는 미하원에서 의결정족수 3분의2를 2표차로 넘겨 1865년 1월31일 통과됐다. 스티븐스필버그의 영화 링컨은 남북전쟁기간중인 1865년1월 한달을 다룬 영화다.

"제일 청렴결백한 사람이 부정행위도 불사하며 통과시켰소". 공화당 과격파 리더 스티븐슨의원이 잠자리에서 '남들은 가정부로 알고있는' 흑인부인에게 한 말이다. 공화당의원이 다 찬성해도 민주당의원 20명의 표가 더 필요한데 공화당은 분열돼 있었다. 공화당 보수파는 노예제폐지보다 종전을 선호하고 강경파는 남부의 재산까지 몰수해 흑인에게 줘야한다는 입장이다. 도전 자체가 무모한 상황에서 노예제폐지를 성공시킨 상황을 정리한 말이다. 링컨은 우선 당내대화로 문제를 푼다. 강경파와 보수파 리더를 따로 만나 설득한다. 보수파를 만나 남부와의 평화협상을 약속하고 실행한다. 강경파 스티븐슨을 설득한 링컨의 어록은 정치는 현실임을 잘 보여준다. "나침판은 방향만을 가리킨다. 늪, 사막, 수렁을 생각하지 않고 방향만 보고 가면 늪에 빠질 뿐이다" 여성투표권이 없던 당시에 스티븐슨의 흑백평등론은 공화당보수파와 중도표의 이탈을 야기할 뿐이다.

스티븐슨은 의회논의 과정에서 "노예폐지는 법압의 평등일뿐 인종적 평등은 아니다"고 인종은 평등하다는 소신을 접고 비껴 선다. 수정헌법13조는 '노예제도나 강제노역은 불법이다'고 돼있다. 흑인노예제도가 불법이 아니라 노예제도가 불법이다.
 링컨은 한편으로 정치브로커들을 동원해 선거에 떨어져 임기 뒤를 고민하고 있는 민주당의원들을 우체국장, 세무서장, 관세청장 등 일자리로 매수한다. 그래도 10표 정도가 부족했다. 마지막에는 직접 나선다. 백악관으로 부르거나 집으로 찾아가 설득한다. 평화협상 여부를 따지는 질문에는 "내가 아는 한 워싱턴에 협상단이 오지 않았다"고 비켜간다.

링컨은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이 땅에서 사라지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게티스버그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예제폐지를 관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대화, 설득, 읍소, 명령, 매수, 타협, 강요, 속임수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이런 링컨도 아내에게 쩔쩔 매는 남편, 군대에 가겠다는 아들을 이기지 못하는 아버지, 늦둥이에 푹 빠진 아빠일 뿐이다. 바가지를 긁는 아내에게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흥행귀재인 스필버그의 작품치고는 심심하고 길다. 그래도 우리 정치인들, 특히 박근혜대통령이 봤으면 한다. 마침 케이블TV에서 상영중이다.

링컨은 법안이 통과된 뒤 3달 뒤에 암살된다. 그는 흑백이 분리되지 않은, 남북이 갈라지지 않은 하나된 미국을 남겨두고 떠났다. 박대통령이 꿈꾸는 대한민국을 위해 스스로 무엇이 지나치고 무엇이 부족한지 한번 곱씹어 봤으면 좋겠다.



세종=최창환 대기자 choiasi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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