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년 걸린 '핵폐기물' 처리 공론화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가 어제 출범했다. 일반시민과 이해관계자,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첫걸음을 뗀 것이다. 2004년 정부 주도가 아닌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핵 폐기물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지 9년 만이다. 국가적 갈등 사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로 선뜻 공론화에 나서지 못한 때문에 이처럼 늦어졌다.

사용 후 핵연료 처리는 발등의 불이다. 현재 23기 원전에서 매년 700t 이상 배출되는 사용 후 핵연료는 각 원전의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이다. 전체 저장용량 중 이미 72%가 채워졌다. 2016년 고리원전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줄줄이 포화상태에 이른다. 임시 저장소 확충 등으로 2024년까지 늦출 수는 있지만 이후는 대책이 없다. 부지선정과 공사기간을 감안할 때 서둘지 않으면 원전 중단 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위원회는 내년까지 사용 후 핵연료 처리의 밑그림을 그려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현재로서는 재처리, 지하에 묻는 영구처분 , 영구처분 전까지 지상에 보관하는 중간저장 방식 중 중간저장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라고 한다. 위원회는 또한 보관시설 선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도 논의할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 중간저장 시설 부지선정 문제가 첨예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공론화 과정의 관건은 국민의 공감대 형성과 수용성 확보다. 2005년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인 경주 방폐장 부지를 선정하기까지 20여년 가까이 홍역을 치렀다. 1986년부터 부지확보에 나섰지만 1991년 안면도, 1994년 굴업도, 2003년 부안 등 후보지 주민들의 격렬한 반발로 모두 좌초했다.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더 큰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은 더 큰 갈등 이슈가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사용 후 핵연료 처리문제를 더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중간 저장시설은 부지선정에서 건설까지 6~10년이 걸린다. 사정이 이런 데 시민단체 추천위원 2명이 위원 구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탈퇴하는 등 위원회가 시작부터 삐걱댄다. 범국민적 의견을 제대로 수렴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모쪼록 우려를 씻고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논의로 국민의 중지를 모으길 기대한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