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 성장한 한국, 급속 감압 필요"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그동안 급속한 성장을 이뤄낸 한국이 높은 청년 실업률과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 등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시장 개혁이 필요하다고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급속 감압(the great decompression)'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반세기 동안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 '압축 성장'을 일궈 경제 규모가 그간 17배로 커졌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성장을 이룬 데는 높은 교육열도 한몫했다. 그러나 성장 이후에도 경쟁의 압박은 줄지 않았고, 성장의 과실은 소수 고용주와 산업에 돌아갔다. 이 때문에 한국이 이뤄낸 성취에 세계인이 놀라지만 정작 한국인은 놀라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은 잘나가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고 공무원이나 법조계, 금융과 같은 분야만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삼성·현대 같은 재벌 기업은 소수의 일류 대학 출신만 선호하다 보니 한국 젊은이들은 18세에는 대학 입학시험에, 25세에는 취업 시험이라는 '이중 병목'을 통과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소개했다.비록 한국 청소년들이 수학과 과학, 읽기 등 분야에서 세계 수위의 성적을 내지만 교육 성과의 대부분은 깊이 있는 배움보다는 '간판'으로 귀착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25세 이후 재능이 만개한다면 너무 늦어 쓸모가 없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꼬집었다.

또 비싼 교육비로 인해 한국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이로 인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맹국 중 출산율이 가장 낮고 고령 인구 비중은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이런 문제의 해법은 학교에 있다기보다 경제, 특히 고용 시장을 개방하는 데 있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진단했다.

한번 고용되면 높은 임금으로 정년을 누리는 정규직과 저임금 비정규직을 구분하도록 한 규제부터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재벌이 장악한 제조업 위주의 시장에 외국 기업을 포함해 더 많은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제시했다.

아울러 제조업 이 외의 소매, 관광, 운수 등 서비스 분야에 재벌이 진출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방법으로 제안됐다.

압축 성장한 한국이 이제 학부모와 청년의 압박을 덜어주려면 '감압'이 불가피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강조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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