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여성CEO]③211년 역사 듀폰의 엘런 쿨먼 회장 겸 CEO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듀폰은 시가 총액기준으로 미국 최대 화학 기업이다. 또 1802년 설립된 기업으로 211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한 가지 더 자랑거리가 있다면 여성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다. 바로 엘런 쿨먼(57.사진 아래)이다. 그녀는 행동주의 투자자로부터 회사 분할 매각 압력을 받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꽤 괜찮은 성과를 이뤄냈다.

엘런 쿨먼 듀폰 CEO

엘런 쿨먼 듀폰 CEO

원본보기 아이콘
듀폰은 22일(현지시간) 3분기 순익이 주당 30센트, 2억8500만달러로 전년 동기 5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법률 및 연금비용을 제외한 순익은 주당 45센트로 19명의 전문가들이 예상한 주당 41센트를 웃돌았다.


매출은 4.7% 증가한 77억4000만달러를 달성해 전문가 예상치 77억7000만달러와 거의 맞았다.


충제 판매가 늘고 라틴 아메리카에서 종자가격이 오른 덕분에 농업부문 매출이 15% 증가한 16억3000만달러를 기록했고, 패키징과 자동차 및 전자부품 시장 수요 증가로 기능성 소재 판매도 3% 늘어난 16억6000만달러를 달성했다.
듀폰은 필름과 태양광 패널에 쓰이는 메탈 페이스의 판매 호조로 전자부품 부문에서 순익이 67% 증가하고 미군 수요 증가로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 판매가 늘어난 안전 및 보호 분야 순익도 16%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주가는 이날 뉴욕 주식시장에서 1% 오른 60.17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듀폰 주가는 올들어 34%나 올라 듀폰이 편입돼 있는 다우존스공업평균상승률 18%보다 월등히 높았다.


쿨먼 CEO는 이날 실적 발표와 함께 가진 컨퍼런스 콜에서 “각기 다른 비즈니스가 연구개발(R&D)에서 이득을 보았다”면서 “R&D가 견인하는 사업에 회사가 집중한 게 주주들에게 더 나은 가치를 가져왔다”고 자평했다.


이날 실적은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가 재무실적을 개선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서 달성한 것이어서 더 없이 값지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했다.단기 성과를 중시하는 대주주의 압박에 서둘러 자산을 매각하지 않고 제품을 팔아 이득을 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트라이언 펀드 매니지먼트를 경영하는 펠츠는 지난 7월 세계 최대 스낵회사 펩시코의 인드라 누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에게 미국의 스낵회사 몬델레즈 인터내셔널을 인수합병 한 다음, 수익성 낮은 음료부문을 분사하라고 압박한 인물이다.


그는 또 몬델레즈의 아이린 로젠펠드 CEO에게도 합병하라고 밀어붙였다. 그는 2007년부터 로젠펠드를 압박해 영국 캔디회사 캐드베리를 인수한 뒤 다시 합병해 몬델레즈를 출범시키도록 하는 등 기업을 압박해 자기 목표를 달성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글로벌 여성CEO]③211년 역사 듀폰의 엘런 쿨먼 회장 겸 CEO 원본보기 아이콘


펠츠(사진위)는 지난 7월 듀폰 지분을 13억달러어치(2100만여주) 사들여 전체의 2.3%로 높인데 이어 8월에는 장기 성장 전망을 개선할 것을 촉구할 계획을 밝혔다. 그는 주요 겨영ㅇ진과 만나 주주가치를 높일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듀폰의 첫 여성 CEO인 쿨먼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25년간 듀폰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경영자인 그녀는 펠츠에 기민하게 대응했다. 쿨먼은 사추세츠주 터프츠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명문 노스웨스턴대학 켈로그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쿨먼은 제너럴 일렉트릭에 입사했다가 1988년 듀폰 영상의료기기 사업부 마케팅 매니저로 입사해 2009년 1월1일자로 CEO 에 올랐고, 그리고 같은 해 12월 말 회장직에 올랐다.

우선 듀폰은 이미 냉매와 안료를 만드는 기능성 화학제품 사업을 분사하거나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사업 매각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할 계획이었다는 말이다.


쿨먼은 또 고위 임원들이 지배구조 변경으로 퇴직당할 경우 3년치 연봉과 보너스는 물론, 회사 기밀을 유지하는 한 3년간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회사규정을 고쳐놨다. 바로 황금낙하산이다. 펠츠가 인수해봐야 이들에게 거액을 주고 나면 손에 쥘게 별로 없게 만들었다.


듀폰 측은 “이 같은 조치는 지배구조 변화시 핵심 임직원들의 불확실성과 혼란을 줄이고 이들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쿨먼은 또 특별주주총회 소집과 진행, 이사 지명 혹은 변경 사전 통보 요구를 포함한 규정도 바꿔버렸다. 그녀는 또 컨퍼런스 콜을 갖고 적극 대응했다.


그녀는 지난 7월 컨퍼런스 콜에서 경기주기를 타지 않는 제품에 집중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백색안료와 테플론 코팅, 프레온 냉매를 만드는 기능성화학제품을 만드는 사업부의 분사계획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능성 화학제품은 지난해 7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미국의 뱅크오브어메리카은행은 101억 달러 어치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능성 화학제품 분야는 제품 가격하락으로 3분기 순익이 38% 감소했지만 매출규모가 25% 증가하는 등 3분기 연속으로 개선돼 듀폰은 기대를 걸고 있다.


쿨먼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도 “이 부문은 여전히 수익성이 있지만 성장률이 낮고 앞으로 연구의 진전에서도 큰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그것은 현금을 창출하지만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변동성을 낳는 만큼 주주들을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알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쿨먼은 “회사는 앞으로 유전자 조작 종자와 살출제, 방탄복 소재인 폴리머 등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정기로 재검토해 이사회가 변화가 필요한지를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검토를 통해 듀폰은 올해초 자동차 용 페인트를 포함하는 기능성 코팅 사업을 칼라일 그룹에 49억달러를 받고 매각했다. 쿨먼은 원자재 화학제품 중심에서 식품과 에너지, 보안에 대한 글로벌 수요를 맞추는 생명공학 중심 기업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이를 위해 덴마크 식품원료 회사와 효소회사를 인수하는 대신 자동차 페인트 회사는 매각하기도 했다.


쿨먼이 펠츠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하며, 다된 밥상에 숟가락 얹지 말라는 것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