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요즘 영국 사회는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벌집을 쑤셔놓은 듯이 들끓고 있다. 영국의 6대 에너지 회사(빅 식스)인 SSE가 다음달 15일부터 전기와 가스요금을 평균 8.2%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앨리스터 필립스 데이비스 SSE CEO
이 방안 대로 요금 고지서가 나올 경우 추가 월평균 전기와 가스요금이 연간 106파운드 늘어나 연간 1380 파운드(한화 236만4533원)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 나와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고 성장률도 낮은 나라에서 이 정도 에너지 요금을 올린다고 하니 국민지갑에서 돈을 빼앗는 것은 물론, 연금 생활자들을 빵을 사느냐 전기요금을 대느냐 양자택일의 선택의 길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에너지 요금이 연간 몇 만원 수준이더라도 소비자들은 소비를 줄이게 마련이어서 슈퍼마켓 체인인 윌리엄모리슨그룹 등 소매업계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영국 보수당 정부는 경쟁을 도입해 에너지 요금을 낮추겠다지만 에너지 요금 인상 불가피론을 펴며 SSE를 거들고 있기는 하다. SSE의 앨리스터 필립스 데이비스 최고경영자(CEO.46.
사진위)도 항상 고객을 중시하는 경영자지만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역설하고 있지만 극심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데이비스 CEO는 최근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비용이 상승한데다 공급비용이 올랐고 영국 정부 세금 때문에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데이비스가 말한 세금은 바로 영국 정부의 환경세인 탄소가격하한제도(Carbon Price Floor)를 말한다. 이 제도는 석탄과 석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소에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고, 저탄소발전원에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영국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7%인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 제도에는 영국 남서부 서머셋주 힝클리 포인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포함돼 있다.
데이비스는 "에너지 도매요금이 4% 올랐고,배관망 이용료가 10% 인상됐으며, 환경세가 13% 올랐다"고 주장했다.
이번 인상 조치로 전기 고객 약 440만명, 가스 소비자 290 만명이 영향을 받고, 요금인상에 따른 소비자부담은 올해 1인당 7파운드(한화 약 1만1988원), 내년 14파운드,2015년 26파운드 정도라고 밝혔다. 26파운드(한화 약 4만4530원)라면 월2파운드 정도로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영국 내에서는 물가상승에다 임금상승률을 크게 앞지르는 요금인상안은 말도 안 된다는 쪽으로 여론은 기울었다.
물론, 데이비스가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발전과 마케팅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는 평을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영국 남부 윌트셔출신인 그는 대학졸업 후 내셔널 웨스트민스터은행과 HSBC에서 재무와 기획 분야에서 일하다 1997년 SSE의 전신인 서던 일렉트릭에 입사했다. 서던 일렉트릭은 스코티시 하이드로 일렉트릭과 합병해 SSE를 출범시켰다.
데이비스는 2002년 SSE 이사로 승진한 뒤 2010년 발전 및 공급 분야 요직을 거쳤고 2010년 부 CEO 로 승진했다. 그는 7월부터 이안 머천트 전임 CEO의 뒤를 이어 회사를 경영하고 있지만 원가상승 부담에 따른 압박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영국 내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얼어붙었다. 이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의 세 배 이상이나 되고 소득 증가율을 8배 이상이나 된다는 가혹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8월 중 영국의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에 비해 2.7% 오른 반면, 임금 7월말까지 평균 1%만 상승하는데 그쳤다.
에드 밀리반드 노동당 당수가 내년 총선을 의식해 2017년 초까지 에너지 요금에 상한을 두겠다고 밝혔지만 에드 데이비 에너지 장관은 공영방송 BBC에 출연, 앞으로도 요금이 50%는 오를 것이라고 데이비스 CEO를 거들었다.
데이비 장관은 “국제 도매 시장에서 지난 5년 동안 가스 가격이 50% 이상 올랐고, 노후 가스관 교체 비용이 크게 올라 요금인상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만 그는 에너지 요금 인상의 요인으로 꼽히는 환경세 삭감은 해결방안이 아니라며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데이비스 CEO의 고민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반대여론에도 수익을 내기 위해 요금 인상을 택했지만 텔레그래프와 FT 등 거센 비판을 하는 여론을 언제까지 감당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