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업계 성장동력 스마트폰, 정부 규제에 '시름'

제2 팬택될라…제조사, '단통법'에 떤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국내 스마트폰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전자업체들의 마케팅 비용까지 보고하고 감시받아야 해 지나친 기업 활동 규제가 아니냐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4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국회의 각종 규제가 국내 스마트폰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팬택이다. 보조금 규제가 시작되면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이로 인해 가장 자본력이 약한 중견기업 팬택이 무너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마다 단말기를 구매할 때 받던 보조금에 대한 규제를 시작했다. 이동통신사의 극한 경쟁을 완화하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통신 요금 인하로 유도하겠다는 의도였다.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을 규제한 뒤 이동통신 3사는 보조금 규제로 인한 경쟁완화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매출은 거의 제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영업이익률은 조금씩 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며 이익이 더 많이 남은 것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정반대 상황이다. 보조금이 사라지며 스마트폰의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팬택의 경우 가장 먼저 정부 방침에 따라 출고가를 낮추고 제조사 장려금을 줄였다. 결과는 판매량 감소로 이어졌다. 삼성전자, LG전자 역시 국내 스마트폰 판매량이 급감했지만 견조한 수출로 버틸 수 있었다. 결국 내수 위주로 사업을 전개한 팬택은 분기 적자를 거듭하다 800명 이상을 감원하기에 이르렀다.

소비자 입장에선 요금 인하 효과는 거의 못 누리고 스마트폰 가격만 비싸진 셈이다. 여기에 더해 중견 업체인 팬택의 어려움까지 이어지며 선택권까지 제한받게 된 것이다.

국회에서 준비 중인 '단말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안(단통법)'은 더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다. 단통법은 지금까지 이동통신사에만 적용되던 보조금 규제를 제조사까지 확대한다.

법안이 통과되면 제조사는 단말기 판매와 관련한 마케팅 비용과 판매현황, 수익을 모두 미래창조과학부에 공개해야 한다.

애플을 비롯한 해외제조사의 경우 이를 강제할 순 없기 때문에 역차별 논란과 더불어 이동통신사에 이어 제조사까지 규제의 틀에 넣는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제조사의 영업비밀 중 하나인 판매, 수익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할 경우 경쟁사에 전략을 노출시킬 우려도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 기업으로서는 이 같은 대외비가 공개될 경우 타격이 크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에서의 위축은 글로벌 시장으로 이어지고 현재 세계 1, 3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스마트폰 업체들의 위상도 급격하게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해외에서는 자국 내 IT(정보기술) 기업 살리기에 정부가 힘을 보태는 것과는 달리 국내 제조사들에 제재를 가하는 상반된 행보에 씁쓸하다"면서 "기업의 마케팅 비용과 판매량까지 감시하고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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