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가행렬처럼'…해인사 팔만대장경판 8점 이운식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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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팔만대장경판 진본 8점이 해인사 경내를 돌고 나와 대중에 공개되는 전시장으로 옮겨졌다. 부처님 말씀을 고스란히 모은 글과 그림을 목판에 새겨 넣은 옛 고려의 경판들은 가마를 타고 마치 '어가행렬'처럼 이운식(移運式)을 맞이했다.

25일 오후 3시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팔만대장경판 진본 8점을 대장경축전 행사장으로 옮기는 이운식이 열렸다. 2011년 유네스코 등재를 기념해 처음 일반에 공개한 대장경판은 5점이었지만 이번엔 8점으로 확대됐다. 해인사는 26일 열리는 축전의 공식 개막식에 맞춰 이운식과 함께 부처님께 전시경판의 이운을 고하는 '고불식'을 진행했다.이날 고불식은 팔만대장경판이 보관돼 있는 '법보전' 앞마당에서 시작됐다. 해인사 향록스님의 사회로 이운의식인 발원문과 반야심경, 고불문이 낭독됐다. 법보전 앞마당은 갈색 가사를 갖춰 입은 50여명의 스님과 불자, 합천군 및 대장경축전 관계자들로 가득 찼다. 전시 경판 진본 8점이 마당에 등장하고 이어 화려한 연꽃 가마 속으로 들어갔다. 취타대가 앞장서고, 대장경판을 태운 가마 뒤로 수많은 인파가 양쪽으로 길게 늘어진 오색천을 붙잡고 행렬이 시작됐다.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한 공간을 빠져나와 신라 말 학자이자 문장가였던 최치원의 흔적이 남아 있는 전나무를 지나 다시 경내로 들어가 대적광전(대웅전)을 지나기까지 취타대가 펼치는 아리랑, 도라지타령, 풍년가 등 민속음악이 경쾌하게 울려 퍼졌다. 음악과 함께 목탁소리, 스님들의 '서가모니불~'이라는 반복적인 염불소리가 중첩됐다.

사찰 입구까지 내려온 행렬은 축전 조직위 관계자가 전시경판을 전달받은 후 마무리됐다. 조직위는 이 전시경판을 무진동차에 옮겨 싣고 대장경 기록문화테마파크 전시장으로 이운해 전시를 진행한다. 이번에 대중에 공개되는 8점의 대장경판은 '금강반야바라밀다경' '대방광불화엄경80' '대방광불화엄경변상(그림)' '석가여래유적도' 등이다.

팔만대장경판은 부처님께서 진리의 세계에 대해 차별 없이 말씀하신 법과 그에 대한 주석서를 포함해 일체의 총서를 8만1350판에 달하는 목판에 양각으로 새겨놓은 것이다. 이를 보관하고 있는 법보공간은 대적광전 뒤로 가파른 계단 위를 올라 닿게 되는 곳에 자리한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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