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9월 양적완화 유지' 결정 유출 의혹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언론사들에 엠바고(보도유예)를 전제로 제공한 미국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문이 유출돼 시장에서 사전 거래가 일어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4일(현지시간) CNBC는 지난 18일 연준이 시장 예상을 깨고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동반 상승한 가운데 일부 트레이더들은 사전에 이 정보를 인지하고 거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이례적인 거래 유형을 감지하고 CNBC에 제보한 시장 분석업체인 네이넥스의 에릭 헌세이더 창업주에 따르면 이미니(eMini) 선물시장에서 선물 매수포지션은 연준 통화정책 성명서가 공개되는 오후 2시 이후 1000분의 3초 만에 증가세를 보였다. 또 금선물에서도 2시 직후 1000분의 1초 만에 매수세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는 연준의 결정문이 발표된 직후 해당 정보를 보고 매수했다면 도저히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거래였고, 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 이미 일부 트레이더들이 자산 매입을 시작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넥스는 이 같은 거래 규모가 최대 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준은 윌리엄 맥체스니 마틴 주니어빌딩에서 FOMC 회의를 개최하는데, 동부 시간 기준으로 오후 2시에 보도한다는 엠바고를 전제로 오후 1시50분에 성명서 카피본을 언론사들에 제공한다. 각 언론사 기자들은 10분간 이 성명서를 읽은 뒤 내용을 확인해 2시부터 기사나 방송 리포트를 내보내기 시작한다. 결국 시장에서 성명서 내용을 사전 인지해 거래가 있었다면 이 10분간의 시간에 정보가 미리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연준 측은 “일반적으로 시장에 민감한 정보가 발표될 때마다 정부기관들은 사전에 언론사들에 엠바고가 붙은 자료를 제공하지만, 연준은 ‘정해진 시간까지 해당 정보를 일반에 공개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우리의 이 같은 절차가 각 언론사들에 완전하게 이해되고 있는지를 확실히 하기 위해 언론사들과 후속적인 논의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연준은 어떤 언론사들과 이 같은 논의를 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서도 미 노동부가 사전에 엠바고를 걸어 언론사들에 배포하는 월간 고용지표가 연방수사국(FBI)과 샌디아 국립연구소 등에까지 배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후 노동부는 사전에 자료를 제공하는 기관 수를 크게 줄였다.

또 에릭 슈나이더만 뉴욕주 검찰총장은 지난 7월 미시건대와 소비자신뢰지수를 산출하는 톰슨로이터가 초단타 트레이더들에게 이 정보를 2초 미리 제공하는 데 대해 문제 삼아 시정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