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업계, 농협생명 '변액보험 진출' 꺼리는 까닭

생보사들 "방카룰 5년간 유예..출시 안한다는 약속 위반"
농협생명 "명문화나 구두합의 없어 법적으로 문제 안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농협생명이 올해 연말께 변액보험시장에 진출한다는 방침을 확정하면서, 이것이 정당한가를 두고 생명보험업계내 논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일부 생보사들은 농협생명의 이같은 방침이 당초 농협생명의 약속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생명은 변액보험과 관련해선 생명보험 진출 당시에도 별다른 규정이 없었다며 "문제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변액보험 판매 인가권을 쥐고 있는 금융위원회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오성근 농협생명 경영지원본부장은 11일 "올 연말 변액보험 시장 진출을 위해 이달 말 금융당국에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액보험은 자산운용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당국으로부터 금융투자업에 대한 인가를 받아야 한다. 농협생명은 이를 위한 준비 작업을 최근 마무리하고,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이달 말쯤 금융위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생명의 이같은 움직임에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와 중소 생보사들까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농협생명이 지난해 3월 출범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방카슈랑스 25%룰, 5년간 유예'라는 보장을 받는 대신 그 기간 동안 퇴직연금, 자동차보험, 변액보험 등의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기로 잠정 합의했다는 것이 이들 생보사들의 주장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지난해 초 농협생명이 출범할 당시 25%룰을 유예받는 대신 그 기간동안 변액보험을 팔지 않겠다는 합의를 암묵적으로 한 것은 당시 당사자들은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이를 어긴다면 신뢰가 바탕인 금융권에서 신의를 져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그러나 농협생명의 입장은 업계 주장과는 다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출범 당시 변액보험 진출 여부에 대해 논의는 했지만 이를 명문화하거나 구두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변액보험 시장에 진출하는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생보업계, 농협생명 '변액보험 진출' 꺼리는 까닭

업계에서 농협생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이유는 농협이 보험 시장에서 강자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력이 풍부한 농협생명이 본격적으로 변액보험 시장에 뛰어들 경우 삼성, 한화 등 대형사들도 자칫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농협을 견제하고 있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 최근 판매되는 보험 상품의 절반 이상이 변액 상품일 정도로 변액보험은 보험사들의 주력이 됐다"며 "농협이 변액 시장에 진출하면, 25%룰을 유예받는 기간 동안 전국 4500여 곳에 깔려 있는 농축협 지점을 통해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우려했다.

농협생명은 변액시장 진출 이유에 대해 상품의 다양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농협은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일반 보험사에 비해 뒤쳐져 있다"며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해 농업인들을 포함한 고객들에 대한 선택권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변액보험 진출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농협생명의 변액시장 진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하는 금융당국은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가 신청이)접수되면, 우선적으로 금융감독원에 심사 의뢰를 해서 법적인 부분과 적격성 등을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인가 신청)접수가 돼 봐야 알겠지만, 업계에서 이견이 있는 문제라면 양쪽의 입장을 들어본 후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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