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샐러리맨 신화 무너지나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샐러리맨의 성공신화'가 결국 무너졌다.

그는 평사원으로 시작해 자신의 손으로 STX그룹을 재계 13위 까지 키워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재벌 2~3세들이 선친이 일궈논 기업을 물려받는 것과는 다르다. 그래서 그를 두고 '샐러리맨의 신화'라고 한다. 이같은 그의 신화도 막을 내리고 있다. 자신의 손으로 일궈낸 기업의 경영권을 채권단의 강제 퇴진 조치로 인해 사실상 잃게 된 것이다.

STX그룹 채권단은 9일 이사회에서 강 회장을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의 대표이사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사퇴시켰다. 강 회장이 맡고 있는 ㈜STX와 STX중공업, STX엔진의 대표이사 자리들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 회장이 포스텍ㆍ㈜STX를 통해 30.6% 지분율로 지배하는 STX조선은 STX중공업 지분 28.0%, STX엔진 지분 29.2%를 가진 수직 계열화의 축이다. STX조선 대표에서 물러나면서 그룹 지배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이 강 회장을 조선해양에서 내쫓은 데는 그룹 전체에 대한 지배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며 "결국 강 회장은 나머지 계열사 대표자리는 물론 그룹 경영권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이처럼 경영권 박탈 위기에 내몰리게 된 것은 경영부실화에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말 부터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올해 3월 포스텍과 ㈜STX를 통해 27.4%의 지분율로 지배하던 핵심 계열사 STX팬오션의 공개 매각을 추진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매각이 불발되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마저 인수를 거부함에 따라 강 회장은 기업회생절차 카드를 선택했다. 강 회장은 '백의종군' 의 자세로 지난 6월 부터 팬오션, 조선해양 등에 대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01년 STX그룹을 일으켜 2004년 범양상선(현 팬오션)을 인수한 지 10년도 안 돼 법원에 처분을 맡긴 셈이다.

팬오션과 더불어 그룹의 양대 축인 STX조선도 옛 대동조선을 인수해 만든 지 13년 만에 채권단에 손을 벌리게 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채권단으로 부터 미운털이 박힌 강 회장은 강제로 STX조선 대표 자리도 내놓게 됐다. 채권단의 강 회장 경영권 뺏기 시도는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채권단은 비상장 회사로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인 시스템 통합업체 포스텍을 향하고 있다. 이와관련, 포스텍 채권은행인 산은은 최근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에 포스텍의 자율협약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산은은 '포스텍을 떼어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자율협약에 들어가면 포스텍에 대한 STX 계열사의 일감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포스텍은 STX 계열사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50%에 달한다. 특히 조선해양의 선박 건조 사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회사다. 산은이 포스텍을 겨냥한 이유는 강 회장이 포스텍을 통해 STX그룹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회장은 포스텍의 지분 87.5%를 갖고 있다. 포스텍은 다시 지주사인 ㈜STX의 지분 4.9%를, 강 회장이 ㈜STX의 지분 6.8%를 보유해 그룹을 지배한다.

STX조선 대표에서 물러난 데 이어 포스텍마저 잃어버리면 강 회장의 경영권은 없어지게 된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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