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유통사도 국내선 투자 손놔

글로벌 시장 불투명 사업환경 불안..수조원대 프로젝트 급브레이크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광호 기자]불황으로 글로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대기업들이 잇달아 투자를 보류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기존 사업에서 철수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증시 침체와 실적 악화로 올해 기업공개 계획을 포기하는 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들이 신규 투자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삼성그룹은 최근 싱가포르 에즈라 홀딩스 인수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삼성은 글로벌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판단에 따라 계열사인 삼성중공업이 지난 2년간 공들여온 이번 인수 프로젝트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그룹도 계열사인 현대제철의 1조원대 특수강 공장 프로젝트 추진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경기 불황 장기화에 따른 철강재 수요 감소를 우려해 신규 설비 투자에 제동을 건 것이다.

OCI는 태양광 산업의 급격한 시황변동 등 악화된 사업 환경과 투자 효율성을 고려해 폴리실리콘 제조설비 증설 투자를 업황이 회복되는 시점까지 잠정 연기하기로 했다. 증설 투자는 작년 6월16일부터 이달 말까지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며 투자 금액은 1165억원이었다.CJ제일제당은 사업 구조조정에 속도를 가하고 있다. 분말카레 사업을 접은 데 이어 최근 죽, 덮밥, 소스류 등 일부 제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필리핀 자일로스 생산 공장도 가동이 중단됐고, 지금은 폐쇄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자일로스 생산 공장은 적자가 계속 나고 있는 상태라 재가동을 할 지 폐쇄할 지 고민하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 원료를 납품 받던지 해서라도 자일로스 설탕 생산은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스키 업체인 페르노리카코리아는 경기 이천의 국내 생산공장 폐쇄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 생산 제품보다 더 높은 이익을 올릴 수 있는 수입 완제품 취급을 늘려 위스키 시장 부진을 만회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올 하반기를 목표로 한 기업공개(IPO) 계획을 사실상 접었다. 국내 증시 침체와 실적 악화로 상장 추진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장을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을 이유로 올해로 연기했었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 접어들어서도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이 어려워져 하반기 상장도 어렵지 않을 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4대 그룹의 상반기(1∼6월) 투자는 올해 연간 목표의 35%에 그쳤다. 새 정부 출범 직후인 4월 4일 30대 그룹 사장단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전년보다 7.7% 증가한 149조 원을 올해 설비 및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과는 상당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ㆍ장기적으로 국내 업체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투자에 신중해지고 있다"며"정부가 기업들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
이광호 기자 kwa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