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현 금감원장 "할부·리스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 개선해야"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은 22일 할부·리스·신기술금융 등 여신전문금융업사들이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안정적인 금융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제조사와 손잡고 일감 몰아주기를 하는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여신금융회사(할부·리스·신기술금융사) CEO 조찬간담회'에서 "2002년 16조원을 넘었던 할부금융은 연간 10조원으로, 1997년 4조6000억원에 이르던 벤처캐피탈 시장은 1조5000억원으로 축소됐다"며 "대기업과 연계한 손쉽고 안전한 투자조합에만 참여하는 등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할부금융 취급액 중 자동차 할부 취급액은 86%를 넘어섰고, 리스의 경우에도 취급액 중 자동차리스가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최 원장은 "할부금융 본연의 기계할부, 산업기계리스 등이 미미한 상황"이라며 "자동차 제조사와의 전속 영업체제(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로 운영돼 소비자권익 보호와 일감 몰아주기 측면에서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 원장은 여신전문금융사들이 좀 더 다양한 영역을 개척하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자동차 뿐 아니라 기계설비와 투자 등을 촉진하는 기능을 살리고, 미래의 성장성과 사업성과에 따라 여신심사를 수행하는 등 새로운 금융기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저신용자와 저소득자 등이 소외되지 않도록 다양한 상품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9월23일부터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이 개정돼 빅데이터 활용한 컨설팅서비스, 디자인권과 상표권 사용 등 부수적인 업무가 허용된다"며 이를 업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기회로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기술금융사들에게는 신기술 투자대상 기업을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도록 했으며, 성장사다리펀드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제합리화 등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신업계에 대한 여전한 고금리 논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원장은 "대부중개수수료 상한제 시행 이후 중고차금융 금리가 5%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등 효과가 시현되고 있지만 아직도 고금리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며 "업계와 금융당국이 공동으로 마련한 대출금리체계 모범규준을 통해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 "지속적인 먹거리 창출과 성장성 유지를 위해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해외진출을 활성화해야 한다"며 "금감원도 해외진출 성공, 실패사례를 공유하고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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