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페이스] 대규모 투자 약속한 이집트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 오라스콤 텔레콤 전 회장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지난해 무함마드 무르시 정부 출범 이후 조국을 등졌던 이집트의 억만장자 나기브 사위리스(59·사진)가 이집트에 통큰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오라스콤 건설의 간부들에 대한 탈세 소송 사건이 해결된 뒤인 지난 5월 동생 나세프 사위리스와 함께 이집트로 돌아왔다.

나기브는 무르시 정부가 축출되자 이집트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집트 최대 기업인 오라스콤 그룹의 설립자 온시 사위리스의 장남으로 그룹의 통신 부문을 맡고 있다. 동생 사미흐 사위리스와 나세프가 각각 호텔 개발과 건설 부문을 맡고 있다.
<출처: 블룸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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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기브는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나와 내 가족이 앞으로 전례없는 규모의 이집트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해 준비하는 가운데 이집트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집트는 최근 엄청난 정치·사회적 혼란과 그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나기브는 향후 이집트 경제를 낙관했다.

그는 "과도 정부가 제 역할에 대해 잘 알고 있는데다 향후 몇 개월 동안 무엇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면서 "이는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되고 이집트 호텔과 관광 산업에 혜택을 주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는 무슬림형제단 같은 원리주의 세력과 관련해 "파쇼적인 세력을 제거해야 이집트 재건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관광객이 늘고 좀더 계몽화한 사회가 만들어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나기브는 극단적인 반(反)이슬람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아랍어·영어·독일어·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그는 이슬람권인 이집트에서 소수 기독교 집단으로 살아가는 콥트정교회 신도다. 그는 카이로 소재 독일계 프로테스탄트 스쿨을 졸업하고 스위스 취리히 소재 스위스연방공과대학에서 경영학·기계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79년 오라스콤 그룹에 합류한 나기브는 2011년 4월 오라스콤 텔레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 자유이집트당을 창당하면서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자유이집트당은 세속주의 정당으로 자유시장주의를 지향했다. 이에 앞서 나기브는 2009년 자유주의를 표방한 방송사 ONTV도 설립했다.

자유이집트당과 ONTV는 나기브가 이집트에서 벗어나 있는 동안에도 무르시 정부를 계속 비판했다.

나기브가 이끈 오라스콤 텔레콤은 북한 이동통신업체인 고려링크의 지분 75%를 보유한 기업이다. 나기브는 2011년 정계로 진출하면서 오라스콤 텔레콤을 러시아 통신업체 빔펠에 넘겼다. 이때 자기 지분을 거의 모두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지난 3월 나기브의 재산이 25억달러(약 2조7787억50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산정했다. 그는 아프리카 부자 리스트 가운데 10위에 올랐다. 포브스 순위에서 동생 나세프는 재산 규모 65억달러로 4위에 올랐다. 나기브의 아버지는 재산 20억달러로 12위를 장식했다. 그의 동생 사미흐의 재산 규모는 14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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