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W리더십]25살에 CAD 사업 포옹, PCB와 16년 연애한 그녀

⑦김미경 이오에스 대표

교수·강사·남편 세번의 운명적 만남 뒤 직장인서 자신만의 영역 적극 개척
미쳐야 산다...온리원 전략으로 승부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김미경 이오에스(EOS) 대표는 '에너자이저'다. 쉼 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일(?)을 벌인다. 십여년 전 20대 여성으로 단돈 1000만원을 손에 쥔채 겁없이 사업을 시작했던 김 대표는 현재 매출 360억원대 기업의 수장이 됐다. 젊음과 끈기, 도전 정신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 그녀는 "업계서 보기 드문 젊은 여성이라는 점이 사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업 성공 비결로는 "남들과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서는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며 "다른 이가 따라올 수 없는 그런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십년 전 자신과 같은 현재 20대 여성들에게 "젊은 시기를 즐겨야 한다. 현실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샌가 미래가 와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여대생이 여사장이 되기까지 3명의 인연 = EOS는 인쇄회로기판(PCB) 업체다. PCB 설계부터 제조까지 원스톱으로 가능한 유일한 국내 기업이기도 하다. 품질로는 손꼽히는 덕에 국내외 500여개사와 거래를 하고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이스라엘 항공우주 제조업체인 IAI와 계약하는 등 성과를 거뒀고, 이런 기술력에 힘입어 지난해는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이 선정한 '한국 최고기업가'로 김 대표가 뽑히기도 했다. 이런 남다른 성과에도 김 대표는 덤덤하다. 그저 한 발자국씩 내딛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는 것이다.

김 대표가 현 위치에 오기까지는 세 사람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아무것도 모르던 여대생을 당찬 여사장으로 만든 결정적 인물들이다. 첫 번째는 대학교 재학 시절 지도 교수. 그는 김 대표에게 전자공학 중에서도 컴퓨터지원설계(CAD)를 공부해볼 것을 권유했다. 꼼꼼한 여성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분야였다. 김 대표는 "교수님의 추천이 없었다면 좋은 기회를 놓쳤을 것"이라며 "CAD를 통한 설계 작업은 여성인 내게 딱 맞는 전공"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대학교 졸업 후 한 CAD 회사에 취업했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보내고 있었지만 그녀에겐 창업의 피가 꿈틀거렸다. 그녀는 "당시 점을 봤는데 조만간 사장이 된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그러던 그녀는 회사에 CAD 프로그램을 가르치러 온 여성 프리랜서 강사를 만난다. 24살인 강사는 김 대표에게 "경력 10년차"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비슷한 나이임에도 이미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한 강사를 본 김 대표는 그 길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나만의 일을 한다는 게 부러웠다. 그 후 1년여간 강사를 쫓아다니며 영업을 익힌 김 대표는 지난 1997년 서울 구로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나이 25살 때였다. 겁도 없이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다행히 일감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 1년간 영업하며 얼굴을 익힌 거래처들은 여성 특유의 꼼꼼함을 지닌 김 대표에게 일을 맡겼다. 소파를 침대 삼아 하루를 보냈고 회사는 점점 커져갔다. 그녀가 현재 공동 대표이자 남편을 만난 것도 이 때다. PCB 제조업체에 재직 중이던 남편은 어느 날 회사 공장 하나가 매물로 나왔음을 김 대표에게 말해줬다. PCB 설계만 하던 김 대표가 제조까지 사업을 넓힐 수 있는 기회였다. 인수 금액은 30억원. 적잖은 부채를 짊어져야 했다. 그녀는 당시를 떠올리며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이었다. 한 번 결정하면 앞 뒤 안 가리고 돌격하는 성격이라 인수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은 김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 준 세 번째 인물이었던 셈이다.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


◆일도, 공부도 미쳐야 한다 = EOS의 영업이익률은 9%로 타 경쟁 업체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다른 업체가 모방할 수 없는 기술력을 내세우는 대신 높은 가격을 취한다. '넘버(Number) 1'이 아니라 '온니(Only) 1' 전략이다. 매년 순이익의 5%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노력을 기울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EOS는 우주항공, 방위, 인공위성 등 오차 제로가 요구되는 산업에도 PCB를 공급하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 만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를 많이 한다. 업계서 우리는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다른 데서는 구할 수 없는 제품을 만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좋은 기업을 위해서는 좋은 리더가 필수적이다. 김 대표는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선 지금도 끊임없이 배우고 익힌다. 자신의 시야를 넓혀 또 다른 사업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지난해까지 중앙대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녀는 올해부터 한양대에서 체육학에 매진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스포츠를 연계하면 개발해 낼 상품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그녀는 "아이팟 같은 경우는 런닝용 액세서리가 나와있는 등 이미 스포츠와 연계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요즘 건강에 관심 있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쪽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16년 전 홀로 사업을 시작했던 김 대표는 현재 350여명 직원과 함께다. 회사를 이만큼 함께 키워낸 직원들을 위해 사내 복리후생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연말 송년회를 열어 한 해를 함께 보내고 콘도 등 복지 시설도 준비해 놨다. 5년 전 창립 10주년 때는 전 직원과 함께 일본으로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수다.

김 대표도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 아쉬운 부분이 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젊은 나이의 즐거움을 충분히 맛보지 못했다. 미팅이나 소개팅 같은 단어와도 친숙하지 않다. 사업을 시작한 후로는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도 없었다. 회사에서 먹고 자고를 반복했다. "25살 때부터 사업을 시작해 앞만 보고 달려왔어요. 내게 20대는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술을 익히기 위해 삶을 투자했으니까요." 그녀는 "젊은 시기에 누릴 수 있는 건 충분히 누려야 한다. 목표를 세우고 현실에 최선을 다하면 어느 샌가 목표에 도달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경 이오에스 대표는 ? ▲1973 경남 진해 출생 ▲1995 동양공업전문대학교 졸업 ▲1997 이오에스 설립 ▲2007 과학기술부 우수벤처기업상 ▲2010 벤처기업협회 지식경제부장관상 ▲2012 언스트앤영 최고기업가

*EOS는 어떤 회사?
EOS는 'Electronic Onestop Service'의 약자로 PCB 설계부터 제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사업 영역을 의미한다. 범용 PCB가 아닌 우주, 항공, 방위산업 등에 소요되는 주문형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지난 1997년 설립된 이오에스아이가 현 이오에스의 전신이다.

PCB 설계로 사업을 시작한 이오에스는 2004년 PCB 제조업체 하이텍의 공장을 인수해 PCB 제조로 사업을 넓혔다. 현재 이오에스는 아웃소싱 없이 PCB 설계부터 최종검사까지 29가지 공정을 구로 사무실과 인천 공장에서 일괄 처리한다. 이오에스는 리지드-플렉시블(Ligid Flexible) PCB 분야에서 강점을 가졌다. 보통 쓰이는 딱딱한 PCB와 부드럽게 움직이는 연성 PCB를 연결해 만든 특수제품으로 인공위성이나 우주항공, 군납용 장비 등에 활용된다. 삼성탈레스ㆍ넥스원퓨처 등 방위사업체가 주요 수요처다.

지난 2011년에는 코트라와 연계해 공략한 끝에 이스라엘 우주항공 시장을 개척에 성공, 현재 항공우주 산업체 IAI에 PCB를 납품 중이다. 향후 목표는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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