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수서~평택구간 공사 ‘또 사망사고’

지난 22일 폭우로 서울 세곡동 터널공사장서…정우택 의원, “철도공단·경남기업 ‘은폐’ 의혹” 제기

[아시아경제 왕성상 기자] KTX 공사장에서 일하던 하도급업체 직원이 수몰사고로 숨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구)이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요구해 받은 사고현황보고자료 및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던 지난 22일 서울 세곡동 수서~평택 고속철도 1-2공구에서 일하던 하도급업체 범양이엔씨 대리 김모(32, 남)씨가 터널공사장에서 숨졌다. 김씨가 이날 오전 8시께 장비점검을 위해 터널공사현장에 들어간 지 40분 뒤 “사람 살려!”란 소리가 들려 동료 4명이 터널 안 130m까지 들어가 오전 8시55분 김씨를 끌어냈다. 터널 안으로 들어간 김씨가 갑자기 불어난 빗물에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한 것이다.

정 의원은 김씨 사망과 관련,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시공사인 경남기업이 119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는 등 사고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경남기업은 곧바로 119에 신고하지 않고 오전 9시5분께 회사 쪽 지정병원(뉴스마트병원, 정형외과)에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동료들이 심장이 뛰고 있었던 김씨에 대해 인공호흡 등으로 조치하던 중 병원구급차가 빨리 오지 않자 공사관계자들은 오전 9시25분에야 119신고를 했다는 설명이다. 구급차가 김씨를 싣고 부근 삼성의료원에 도착한 오전 9시32분까지 김씨의 맥박은 뛰고 있었으나 9시45분께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철도공단 직원들도 숨기기에 급급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철도공단이 정우택 의원실에 낸 자료엔 사고당일 빗물이 터널공사장 안으로 많이 흘러들어 작업을 멈추고 오전 6시30분 근로자들을 철수시켰다고 돼있으나 확인결과 현장관리자, 덤프트럭운전사, 포크레인 기사 등이 남아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철도공단은 “지난 22일 집중호우로 작업중지 후 근로자들을 철수시켰지만 장비를 점검하던 김씨가 인근 SH공사 아파트건설현장의 경사면 3곳이 무너지면서 빗물이 터널로 흘러들어 사고를 당했다”고 해명했다.

특히 사고자를 구조한 뒤 응급조치와 함께 지정병원(3.8km, 자동차 10분 거리)에 먼저 연락하고 119에 신고하는 과정에서 늦어졌으며 관할경찰서가 자세한 내용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철도공단은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시공사, 감리단에 벌점을 주고 공단관계자도 엄중 문책해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정 의원은 “최근 서울 노량진 수몰사고와 사설 해병대캠프사고 등 안전 불감증에 따른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정부는 최근 사고들을 계기로 모든 공사장의 사고발생 대비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보완사항도 빨리 손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사고와 관련, 종합적인 사항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해 전반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수서~평택 고속철도 공사구간에서 늑장신고로 사망사고가 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3일 오후 5시30분께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수서~평택 고속철도 6-2공구에선 터널공사장 암벽이 무너져 이주노동자 유센(24·타이) 등 2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정 의원은 “그 때 사고도 119에 곧바로 신고하지 않고 지정병원(오산병원)으로 가는 바람에 숨졌을 확률이 높은 게 아닌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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