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젊은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희망찬 미래를 열어 나가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7월 16일 청년위원회 위촉장 수여식)
#"다차원적인 접근과 관심, 배려 이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사회가 부패하고 공정하지 못하면 통합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7월 8일 국민대통합위원회 제1차 회의 마무리발언)
#"도시 생활에서 좀 벗어나고 싶어 하는데 아름다운 자연을 그렇게 하면 되겠나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6월 10일 수석비서관회의)
대통령은 '말하는' 직업이다. 쉴 새 없이 계속되는 행사와 만남을 통해 수많은 말들을 남긴다. 그렇게 대통령은 '워딩(wording)'으로 모든 것을 표현한다. 취임 5개월 째 접어드는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 '화자'인가. 과거엔 짧고 명료한 메시지가 그를 상징했다면 대통령이 된 지금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뀌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생각합니다' 화법이다. 박 대통령은 모든 공식 발언에서 '…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한다. 때로는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라는 생각입니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식으로 변화를 주기도 하지만 '나는 …생각한다' 화법은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사진제공 : 청와대
지난 7월 16일 청년위원회 위촉장 수여식.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총 19개 문장을 이야기했는데 8개 문장을 "생각합니다"로 마무리했다. 7월 8일 국민대통합위원회 마무리발언에서는 '생각'이란 단어를 무려 15번이나 반복하기도 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연구소 소장은 "상당히 조심스럽고 신중한 박 대통령의 성격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화법은 "이렇게 하라"는 명료한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듣는 이로 하여금 '답답하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지만, 신중한 지도자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책임회피형'이라는 부정적 해석도 있다. 이정숙 유쾌한대화연구소장은 "조그만 갈등이 생겨도 소송으로 해결하는 서양에서 책임을 유보하는 'I think' 식 표현이 발달했다"며 "'이렇게 합시다' 식의 표현이 우리 정서에는 익숙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표현은 나중에 말을 바꿀 수 있는 여지를 두는 책임회피형으로 느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겸손함이 느껴지지만 자칫 자신감 결여로 읽힐 수도 있겠다"는 의견을 보였다.애초 박 대통령을 대변하는 건 '한마디' 화법이었다. 2006년 커터칼 테러 때 "대전은요" 발언 그리고 2011년 비대위원 인선안이 언론에 먼저 보도되자 "촉새가 나불거려서…"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선 짧고 강렬하며 명쾌한 화법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있지만, 해석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주변 사람들을 알아서 '기도록' 만드는 권위주의란 비판도 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시작하는 '왕년 화법'으로 유명했다. "내가 어린 시절 노점상을 해봐서 여러분의 처지를 잘 안다", "나도 한 때 수재민이어서 아는데" 등 표현은 '경험 많은 대통령'이란 긍정적 이미지를 주기도 했지만, "내가 옳다면 옳은 것"이란 독불장군 이미지를 주는 역효과도 낳았다.
노미란 기자 asiar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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