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펀드인데'..안방선 죽쑤고 해외선 잘나가네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해외에서는 활짝 웃는 테마들이 국내에서는 좀처럼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있다. 동일한 테마로 운용되는 펀드지만 국내는 연일 마이너스, 해외는 평균 수익률을 상회하는 성적을 내면서 투자자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2일 현재 금융펀드, 사회책임투자(SRI)펀드, 녹색성장테마는 나란히 국내와 해외 수익률이 반대 행보를 걷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금융펀드의 국내 수익률은 -5.08%로 해외 18.85%와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SRI펀드와 녹색성장펀드도 각각 국내는 -11.05%, -11.83%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 중이지만 해외는 5.64%, 5.48%로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금융주펀드는 해외에선 주요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에 따라 관련 종목의 주가도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반면 국내는 깊어지는 업계의 불황에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펀드 수익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실제 국내 금융펀드의 편입비중이 높은 삼성증권(-18.6%), 대우증권(-21.6%), KB금융(-9.0%) 등의 주요 종목은 모두 연초대비 하락세를 걷고 있다. 반면 해외 금융펀드에 편입 중인 JP모건(23.5%), 씨티그룹(21.3%), 뱅크오브아메리카(12.3%) 등의 주요 종목들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증권투자신탁 1(주식)(A)'(24.44%), '유리글로벌거래소증권투자신탁 1[주식]_Class A'(21.10%) 등은 20%대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금융주펀드와 함께 녹색성장펀드와 SRI펀드도 국내 무대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KTB GREAT GREEN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14.61%),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자투자신탁[주식](C/C 3)'(-11.22%), '미래에셋그린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A'(-11.20%) 등 대부분의 펀드가 마이너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해외로 나간 '알파에셋투모로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 1[주식]A'(33.39%), '우리퓨쳐에너지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A1'(33.11%) 등은 수익률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SRI펀드와 녹색성장펀드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으로 종목편입이 거의 유사하고 대형주펀드의 성격이 강해 국내 증시 흐름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운용되는 SRI와 녹색성장펀드는 테마에 맞는 종목 구성을 통해 운용되지만 국내는 대형주 위주로 쏠려있어 현재로서는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해외 모두 정책 모멘텀이 중요한 테마인만큼 장기적으로 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혜영 기자 its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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