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兆세수 겨냥 '外投 벗기기'...또다른 稅戰

관세청 '이전가격 조작' 대대적 조사나선 까닭

-기업조사 인원보강..이참에 세무 사각지대 없앤다
-"국세청과 번갈아 무리한 과세..기준이 뭐냐" 불만도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관세청이 대대적인 조사에 나선 외국인투자기업 이전가격조작은 그동안 세무 사각지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당수 외투기업들이 관행적으로 이전가격을 조작해 왔지만 해당 국가와의 마찰 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그러나 청와대 등이 세수확보에 나서고 실적을 직접 챙기면서 외투기업들도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될 전망이다. 해당 외투기업들은 강도높은 조사와 이전가격과세 기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관세청 인원보강 통해 2조원 추가 세수 확대= 관세청은 그동안 사각지대로 방치돼오다시피 한 이전가격 조작 조사를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내부적으로 기업 대상 인력을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외부 전문인력 영입은 물론 내부인력 충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목표인원은 기존 223명(38개팀)에서 올해 431명(73개팀)이다. 관세청은 이같은 인력보강을 통해 연간 최대 2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관세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수를 추가로 늘리기 위한 소관 인력의 수가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며 "사각지대에 있었던 수천여개의 외투기업을 대상으로 징수를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전 정부 당시 FTA지원 업무에 주력했던 관세청이 노선을 세 징수에 맞추면서 징수강도는 앞으로 더욱 세질 전망이다. 미국계 반도체 업체 M사의 경우 부가가치세 환급금이 많다는 이유로 세금을 추가로 납부한데 이어 올해 초 다시 '세무조사' 명목으로 관세청 조사를 받게 됐다. 독일계 화학업체 P사는 최근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약 15년만에 처음으로 관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 통보를 받았다. 업계 관행처럼 여겨졌던 사전심사제도를 통한 이른바 '사전협의'도 이전보다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관세청은 지난 2008년 국제거래에 대한 과세 이전 세무상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특수관계자간 관세가격결정방법 사전심사제도(ACVAㆍAdvance Customs Valuation Arrgement)를 도입했다.

◆과세기준 뭐냐 외투기업들 불만= 독일계 화학업체 P사 관계자는 "한국시장은 시장 자체의 리스크 보다는 정치적 리스크가 더 큰 국가"라며 "예년에 비해 조사수위가 높아진 것은 물론 대상 기업 수 역시 큰 폭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과세기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전가격과세에 대한 공통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면서 국세청과 관세청이 번갈아가며 무리하게 과세에 나서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세전영업이익 'EBIT'를 기준 과세구간으로 지정하고 있는 반면 관세청은 '전체 마진(gross margin)'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과세편차가 크다는 것이다.

미국계 반도체업체 M사 관계자는 "이전가격에 대한 논란이 수차례 있었지만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공통 과세기준이 없다"며 "사실상 관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정도로 불확실해 정부의 정책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른 경우가 많다"고 읍소했다.

한편 이번 관세청의 전방위 외투기업 세무조사에 가장 큰 수혜는 컨설팅 회사가 될 전망이다. 조금이라도 추징을 덜 당하기 위한 외투기업들이 법무법인, 회계법인 등에 건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지급하면서까지 컨설팅을 의뢰하고 있기 때문이다.

K법무법인 관계자는 "세수 확대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외투기업을 중심으로 의뢰가 늘고 있다"며 "예년 보다 올해 의뢰건수가 늘면서 전반적인 수임료과 성공보수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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