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끝나도…'저기압' 보험사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영향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보험사 자산운용에 숨통이 트인다는 견해가 일반적이지만 채권 보유가 많은 상황에서는 오히려 자본을 추가로 확충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4일 3.17%였던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4일 3.68%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같은 기간 2.76%에서 3.12%로 급등했다. 삼성생명 자산운용 관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역시 금리 상승이 뚜렷한 모습"이라며 "사실상 저금리 기조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보험사 입장에서는 자산가치를 늘릴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셈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 보험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채권가치의 하락이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값은 도리어 떨어져 자산 평가에 당장 불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 평가이익이 떨어지면 지급여력(RBC)비율 하락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는 의미다. KDB생명 고위 관계자는 "채권값이 떨어지면 지급준비금을 더 확충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증자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채권은 보험사 자산의 절반 이상을 웃돌 정도로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보험사의 국공채 비중은 16.2%, 회사채는 5.7%를 각각 차지했다. 이외에 특수채, 금융채 등도 보험사들이 보유한 주요 채권이다.

보유 자산 가운데 채권 비중이 높거나 RBC 비중이 200%를 밑도는 보험사일수록 충당금 추가 적립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동양생명 고위 관계자도 "자산 대부분을 채권 형태로 갖고 있어 금리 상승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이 때문에 일부 보험사들은 기존 채권을 팔아치우고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신규 채권으로 갈아타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신규 채권은 금리가 높은 반면 가격은 낮아 보험사 입장에서 구입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매물이 없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장기채를 줄인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국공채 등이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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