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왼쪽)-키슬링(오른쪽) [사진=정재훈 기자, 멀티비츠/Getty Images]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손흥민이 마침내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게 됐다. 레버쿠젠은 13일(한국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손흥민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기간은 5년. 이적료는 클럽 사상 최고액인 1000만 유로(약 151억 원)이며 연봉은 300만 유로(약 48억 원)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레버쿠젠의 한국인 선수 입단은 1983년 차범근 이후 30년 만이다.
이제 시선은 손흥민이 새로운 팀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줄 것인가로 향한다. 팀 내 경쟁구도 및 상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손흥민이 최전방 공격수 스테판 키슬링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다. 애당초 손흥민과 키슬링은 '제로섬'이 아닌 '시너지'가 기대되는 조합이기 때문이다.레버쿠젠은 지난 시즌 기본적으로 4-3-3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최전방 원톱을 세우고, 그 아래 두 명의 측면 공격수가 배치됐다. 원톱 키슬링은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 장신(191㎝)을 활용한 제공권 우위와 골결정력을 겸비했다. 지난해 분데스리가 득점왕(25골)에 오른 것만 봐도 그 위력을 알 수 있다. 오른쪽의 곤살로 카스트로는 플레이메이킹에 주력했다. 주로 2선 아래로 내려와 공을 최전방으로 운반하는 역할. 실제로 지난 시즌 레버쿠젠 공격의 41%가 오른쪽에서 이뤄졌다.
반면 왼쪽 공격수 안드레 쉬얼레는 처진 공격수처럼 뛰었다. 주로 중앙을 향한 대각선의 동선을 그리면서 키슬링과 함께 적극적으로 골을 노린다. 언뜻 레버쿠젠이 투톱처럼 보였던 이유다. 팀 전체 공격 방향은 주로 오른쪽이면서도, 슈팅 시도의 대부분은 중앙 지역(69%)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쉬얼레의 움직임은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과 상당 부분 겹친다. 포워드 성향이 강한 날개 자원인데다,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이나 폭발적 스피드로 상대 배후를 파고드는 움직임으로 '한 방'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닮았다. 첼시로 떠난 쉬얼레의 자리를 손흥민이 그대로 꿰찰 것이란 전망은 어렵지 않다. 나아가 쉬얼레가 키슬링과 보여준 호흡을 재현하길 기대하기에도 무리가 없다.더군다나 키슬링은 헤딩 못지 않게 발재간이 좋은 공격수다. 특히 키슬링은 데뷔 초기 공격형 미드필더와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했을 만큼 연계 플레이 능력이 뛰어나다. 지난 시즌 골 못잖게 많은 도움(10개)을 기록했을 정도다. 함부르크 시절 손흥민이 전방에서 라파엘 반 더 바르트와의 2대 1패스 등으로 상대 배후를 뚫어냈던 장면을 떠올려 본다면, 키슬링과 발을 맞추면서도 많은 골을 뽑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손흥민[사진=정재훈 기자]
팀 전체 전술과도 궁합이 좋다. 레버쿠젠의 공격 기조는 역습이다. 중원과 수비를 탄탄히 쌓으면서, 최전방 삼각편대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승리를 따낸다. 실제로 레버쿠젠은 지난해 65골(리그 3위)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10골(리그 2위)이 역습에서 나왔다. 손흥민의 득점 패턴도 비슷하다. 지난 시즌 12골 가운데 정적인 상황에서 넣은 골은 호펜하임전 헤딩골이 유일하다. 대부분 골이 역습 혹은 수비 뒷공간 침투에서 나왔다. 한 마디로 손흥민은 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
독일인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래서인지 분데스리가 클럽도 이적료를 허투루 쓰는 법이 없다. 레버쿠젠은 손흥민을 데려오는 데 클럽 사상 최고 이적료를 썼다. 그것도 2000만 유로(약 302억 원)에 첼시로 보낸 쉬얼레의 대체자로 영입했다. 전술과 전력 면에서 거의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1000만 유로의 이득을 챙길 수 있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키슬링 본인 역시 손흥민의 합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14일 함부르커 모르겐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엄청나게 빠른 선수"라며 "우리 팀에 큰 힘을 불어넣어줄 것"이라며 기뻐했다. 아울러 "함부르크와 맞붙으면서 그가 얼마나 좋은 슈팅력을 갖고 있는지 이미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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