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1993년 '질적 성장'을 촉구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신경영 20년만인 7일 새로운 삼성을 위해 '가치와 품격', '창조', '상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7일 이건희 회장은 전세계 삼성그룹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보낸 이메일에서 '신경영 20주년'을 맞은 소감과 앞으로 삼성이 추구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이메일은 한국어, 영어, 일어, 중국어 등 4개국어로 전세계 삼성그룹 임직원들에게 보내졌다. 사내 인트라넷에도 공개됐다. 지난 1993년 이 회장은 21세기가 시작되는 2000년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신경영을 선언했다. 당시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걸쳐 양적 성장에 심취돼 있을 때였다. 이 회장은 21세기는 글로벌 기업간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을 바꿔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이건희 회장은 질을 넘어선 가치와 품격, 변화가 진화한 창조, 경쟁은 상생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전세계 기업들의 새로운 변화상을 살펴보면 질의 경영으로는 더이상 삼성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면서 "질의 경영을 넘어선 새로운 삼성의 지향점이 가치와 품격, 창조, 상생"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회장은 이메일에서 1등이라는 위치가 갖는 자만의 위기와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이 목표로 삼아야 할 대상은 바로 삼성 자신이라는 얘기다. 세계 1위를 넘어선 더 높은 목표와 이상을 위해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삼성 내부에는 어느새 세계 1등이라는 위치에서 시작된 자만이 자리잡고 있다"면서 "이건희 회장은 다시 한번 삼성의 메기(위기감을 가져오는 존재)가 돼 신경영의 새 출발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과거 양에서 질로 대전환을 이뤘듯이 질을 넘어 제품, 서비스, 사업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질을 넘어서 가치 창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창조경영도 강조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과 혁신만이 자율과 창의가 바탕이 된 창조경영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것이 삼성의 새로운 문화"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삼성의 핵심 가치 중 하나라고 밝혔다. 삼성에 대한 사회의 기대가 한층 높아진 만큼 이웃, 지역사회와 상생하면서 따뜻한 사회,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 가자는 주문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993년 신경영이 변방의 작은 회사에서 초일류 기업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은 변화의 물결이었다면 20년이 지난 지금은 초일류 기업에서 영속하는 기업, 존경받는 기업으로 자리잡겠다는 것이 이건희 회장의 목표"라며 "과거 선도 기업들을 쫓아가던 입장에서 이제는 시장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사회와 상생하며 함께 미래를 열어가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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