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이 무기중개상 김영완(60)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하며 2003년 특검 수사를 시작으로 검찰의 추가 수사 및 기소, 그에 따른 재판으로 이어졌던 대북송금·현대 비자금 사건이 10년 만에 막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은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2~3월 대북사업 협력 명목 미화 3000만 달러와 한화 200억원을 고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으로부터 받아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 건넨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수사해 온 김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2일 밝혔다. 검찰은 3000만 달러에 대해서는 ‘증거부족’, 200억원에 대해서는 김씨 역할이 단순 ‘전달자’에 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정몽헌 회장이 이미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자금 출처로 지목된 현대상선 미국법인 계좌추적 결과 흔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2003년 정 전 회장은 “권 전 고문 요청으로 김씨가 지정한 스위스연방은행 계좌에 현대상선 자금 3000만 달러를 보냈다”고 진술하고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미국 시민권자인 김씨가 특검을 앞두고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빠져나가 기소중지되며 멈춰 섰던 수사는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재개했다. 김씨는 같은 해 11월 미국에서 자진 귀국해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검찰은 스위스 계좌 송금내역이 발견되지 않은 데다, 김충식 당시 현대상선 사장 등 현대 관계자들도 모두 송금 사실을 부인했다고 덧붙였다.
권 전 고문은 200억원 관련 2004년 대법원에서 징역 5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지만 알선수재죄의 경우 공여자를 처벌하지 않는 만큼 검찰은 현대그룹과 더불어 단순 전달자인 김씨에 대해서도 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검찰은 김씨가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이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의 비자금 150억원을 받아 관리했다는 의혹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2000년 4월 정 전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금강산 관광사업 청탁과 함께 양도성예금증서 150억원 상당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지만 2006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
검찰 관계자는 “주범으로 지목된 박 의원이 무죄가 난 사안에서 김씨를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씨가 보관하다 검찰에 제출한 121억원은 결국 ‘주인 없는 돈’이 돼 지난달 중순 국고에 환수됐다.
당초 대검 중수부가 수사해 온 이 사건은 올해 4월 중수부가 폐지되며 당시 주임검사를 맡았던 여환섭 중수1과장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마무리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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