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금리, 어디까지 내리라는 말인가"

[인도(델리)=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 동결의 당위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지난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려 경기 부양에 나선 만큼 이제는 정부가 공을 받을 차례라고 말했다. 이달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에 열린다.

김 총재는 5일 인도 델리 구하우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재는 “지난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금리를 내렸다”면서 “0.5%포인트는 굉장히 큰 숫자”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기축통화를 가진)미국이나 일본도 아닌데 (인하폭이 충분하지 않다면)어디까지 가라는 것이냐”면서 여전히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 총재는 “(달러나 엔 등 국제결제통화를 쓰는) 양적완화 4개국 외엔 제로 금리 정책을 펴지 못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또 “싼 이자에 돈을 쓰고 싶은 사람들, 저금리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제로 금리 시대를 연 뒤 금리를 다시 올린 나라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총재는 근례로 1999년 2월 제로 금리 시대를 연 뒤 줄곧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일본을 꼽았다. 그는 “일본이 10여년을 제로 금리로 지내고도 살아남은 건 엔화를 갖고 있는 나라이기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입장이 다르다는 의미다. 김 총재는 올해 초 잇따라 정책조합을 언급한 배경을 두고도 “나는 (파급효과가 나타나는 데)1년이 걸리는 걸 깔아놨으니 이제 새 정부의 차례라고 말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새 정부와 단순히 '코드'를 맞추기 위해 했던 발언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한은이 지난해 금리를 인하해 경기 부양의 바탕을 마련했으니 정부가 재정 지출을 늘리면 승수가 훨씬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정부가 좀 더 일찍 재정 지출을 확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중도 내비쳤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강조했던)균형재정, 빚을 안지겠다는 것도 좋은 가치여서 내가 이렇게 이렇게 하자고 할 수 는 없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와 함께 요사이 우려가 높은 엔저를 두고 “앞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환율의 방향성을 점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1000억원대의 손실을 보고 매각하게 된 외환은행 주식 문제는 “법적으로 검토해볼 수 있는 권리구제 수단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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