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다리 붓’을 아시나요

[아시아경제 김홍재]

무형문화재 4호 안명환씨…3대째 가업 이어붓 매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진 안명환 장인(64·지방무형문화재 4호)은 광주에서 선친(안종선)과 할아버지(안규일)에 이은 전통가업(붓매기)을 3대째 지켜오고 있다.

‘진다리’는 지금의 '백운동'으로 ‘진드리’라 부르기도 했는데 붓을 만드는 곳(공방)의 지명을 따 ‘진다리 붓’으로 회자되고 있다.

붓은 만드는게 아니라 ‘맨다’고 한다. 그만큼 세심하고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공정(99번의 손질)이 요구된다는 뜻이다.재료로는 대체로 염소 숫컷의 털을 이용하지만 그 중에서 쥐의 수염으로 만든다는 ‘서수필(鼠鬚筆)’이나 너구리털 붓은 '부르는게 값'이라 할 정도로 희귀하다. 쥐 수염이나 너구리털은 굵고 끝이 날카로운데다 내구성이 좋아 최고급 재료로 쳐준다.

서수필의 경우 붓 한필을 매는 데 최소 수 십마리 이상의 쥐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재료 구하기가 어려워 희소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작가라면 누구나 '서수필' 혹은 '너구리털 붓' 한 두 개는 애장품으로 지니고 싶어 한다.

안명환 장인은 "예전엔 흰 염소가 많아 털 구하기가 쉬웠지만 지금은 아예 없는데다 그나마 중국에서 소량만 수입하는 실정"이라며 "배가 고파도 이것을 천직으로 알고 가업을 이어오고 있으나 재료 부족으로 그나마 접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요즘엔 공예품의 한 분야로 인정받아 눈길을 끄는 ‘진다리 붓’은 서예나 한국화 용도 뿐만아니라 장식용으로 애용되기도 한다.

주로 대나무와 물소뿔을 이용, 여러 형태의 손잡이를 만들고 거기에 다양한 문양을 새겨 넣는다. 한자·연잎·꽃문양 등이 어우러져 나름의 독특한 느낌을 연출한다. 각기 다른 여러개를 모아 표구하면 전시용으로 그만이다.

최근 인터넷 바람이 일면서 붓의 쓰임새가 다소 누그러졌으나 선물이나 장식용으로 수요가 늘면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광주공예협 안철환 이사장(55)은 “모든 공예가 다 그렇듯 수 대째 전통의 가업을 이어오고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찾는 이가 줄어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이라며 “‘진다리 붓’을 비롯한 전통공예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홍재 기자 khj0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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