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위기 몬 헤비테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STX조선해양은 최근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하면서 "헤비테일 방식으로 대표되는 선박대금 결제조건이 악화됐다"고 했다. 적게는 수백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달하는 선박인 만큼 배를 주문한 선주가 조선업체에게 배값을 어떻게 나눠 지급하는지 역시 계약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헤비테일 방식이란 표현 그대로 꼬리 부분을 크게, 즉 배를 인도받을 즈음에 금액의 대부분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업황이 악화되고 배 주문이 급감하면서 확산됐다. 조선업체로서는 배를 선주에게 넘겨줄 때 즈음에야 배값의 60% 정도를 받기 때문에 2년여 정도 걸리는 선박건조 과정에서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밖에 없다.통상 많이 쓰이는 방식은 5단계별로 일괄적으로 나눠 지급하는 스탠다드 방식이다. 계약할 때 선수금 명목으로 20%를 주고 이후 강재절단, 진수, 명명식 등 선박건조 시 주요 단계마다 20%를 주는 식이다.

이 같은 선박대금 지급방식은 업황에 따라 변한다. 해운시황이 한창 좋았던 2007~2008년만 해도 스탠다드 방식보다 훨씬 파격적인(?) 조건으로 조선업체에게 배를 주문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만 해도 선주들의 신조선박 주문은 늘어났지만 배를 만들 수 있는 조선업체 수는 일정한 한계가 있어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 형성됐다"며 "배값이 오른 것은 물론 초반에 대금의 대부분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선주도 있었다"거 말했다.

조선업체로서는 대금의 대부분을 나중에 지급받는 헤비테일 방식을 꺼린다. 설계ㆍ자재구입 등 선박건조과정에서 큰 돈이 들어가는 앞부분에 정작 손에 쥔 돈이 적기 때문이다. 여기에 2년 가까이 걸리는 건조과정에선 환율 등 주변 변수를 비롯해 선가가 급격히 변화를 겪는 등 변수가 많다.실제 2008년 이후 배값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한 선사는 당초 계약했던 주문을 취소하고 이후 다시 같은 내용의 주문을 하는 일도 있었다. 배값이 급격히 떨어지는 바람에 처음 계약금액과 격차가 커 일부 선수금을 손해보더라도 그렇게 하는 게 낫다는 선주쪽의 판단에 따른 일이었다.

최근 한국전력 발전자회사와 국내 해운사 컨소시엄이 주문한 벌크선 9척에 대해서도 어떤 대금지급방식이 적용됐는지 관심이 몰린다. 구체적인 계약방식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이번 물량이 어려움을 겪는 국내 조선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 강했던 만큼 조선업체에게 나쁘지 않은 방식이 적용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대정부 건의에서 "헤비테일 지금방식으로 조선업체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면서 "선박제작 금융을 지원하고 여신관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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