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8일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을 조율하는데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본관에서 열린 '거시건전성과 통화정책' 국제 세미나 기조연설을 통해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의 목표가 중복되거나 상충되지 않도록 정책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선 특히 중앙은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예로 들며 "이런 조치들이 금융위기 당시 가계대출 부실화를 예방하는데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다른 거시건전성 정책인 선물환포지션 한도 규제와 외환건전성 부담금(은행세) 도입도 일례로 꼽았다.
김 총재는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거시건전성 정책과 통화정책이 서로 중복되거나 상충할 수 있어 만족스러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정책의 조화로운 운용으로 금융안정을 이루려면 여러 정책 당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중앙은행의 역할이 강조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한국은행의 역량도 강조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며 거시·금융 데이터를 가공·분석해 경기상황과 금융시장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전문성을 축적했다"면서 "시스템 규제기관으로서 주도적으로 거시건전성 정책을 수행할 요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어 "금융위기 이후 거시건전성 정책 수행을 위해 설치된 미국과 유럽, 영국의 관련 기구에서도 중앙은행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는 통화정책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런던정경대(LSE)의 굿하트 교수 등이 참석해 거시건전성과 통화신용 정책의 조화를 모색했다. 영란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굿하트 교수는 지난 1975년 '굿하트의 법칙'을 발표해 학계에 새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굿하트의 법칙이란, 경제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이 그것을 정책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사라진다는 내용이다. 통화량을 규제하기 시작하면 통화량 그래프가 종전과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움직이는 현상 등이 이 법칙을 설명한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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