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전화통화·문자로 보조금 정책 몰래 통보
단가표 반영 안돼 단속 어려워
히든 보조금, 암호 보조금, 좀비 보조금 등장에 규제 당국 골머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청와대가 '불법 휴대폰 보조금'을 제재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자취를 감췄던 과잉 보조금이 '히든 보조금' '암호 보조금' 등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꿈틀대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감시의 눈을 피해 전화 통화나 문자 메시지로 판매점 등에 과잉 보조금 지급을 지시하고 있어서다. 보조금 경쟁이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온갖 편법을 동원에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공식대리점은 지난달 14일 청와대 경고 이후부터는 자사 물건을 취급하는 판매점에 구두로 보조금 정책을 통보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1일 경기도권 대리점은 판매점에 "오늘 오후 3시부터 LG전자 옵티머스 LTE3와 팬택 베가레이서2에 (보조금) 10만원 추가"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주말에 손님을 바짝 끌어모으기 위한 특가정책으로 보통 주말 보조금은 목요일(21일) 오후부터 시작된다.
경기도에 있는 또 다른 판매점은 SK텔레콤 대리점으로부터 지난달 3월30일 보조금 정책을 비공식 문서로 통보받았다. LG옵티머스, 팬택 베가시리즈는 기종에 따라 신규고객과 번호이동 가입자를 모집하면 최소 3만원부터 최대 11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삼성 갤럭시와 아이폰에 대해서도 신규는 2만원, 번호이동은 4만원을 지급하라고 지시했다. 이 문건을 돌릴 당시 "적발시 전체 판매점이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유출 금지를 꼭 부탁한다"고 당부하는 문자도 보냈다.이렇게 드러내지 않고 숨어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히든보조금'이라 부른다. 대리점과 판매점을 오가는 단가표에는 반영되지 않아 단속도 어렵다. 방통위 관계자는 "히든 보조금은 증거가 없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개인사업자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말에 치고 빠지는 식으로 과잉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이통사들의 히든 보조금 정책이 더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다.
인터넷 휴대전화 판매 사이트에서는 할부 원금을 댓글로 달아 암호처럼 알려주는 경우도 등장했다. 포털사이트의 A 휴대전화 공동구매 커뮤니티는 과잉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단속을 피해 할부원금을 첫번째 댓글로 표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휴대폰 광고 게시글의 할부 원금을 비워놓고 '×××로 직행하는 버스 번호는 329 입니다'라는 댓글을 남긴다. 329는 할부원금으로, 32만9000원을 뜻한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나 공동구매 사이트는 주말새 치고빠지는 식으로 보조금을 제공하는 '좀비 보조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는 일선 판매점들이 '보조금 빙하기' 기간 발생한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자구책 마련에 나선 결과라는 해석이다.
기상천외한 편법 보조금의 등장에 대해 업계는 보조금 전쟁이 언제든 다시 붙붙을 수 있다는 징후로 해석한다. 청와대가 과잉 보조금에 대해 "위법성을 검토하고 제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경고한 이후 이통사간 번호이동 건수는 평소의 4분의1 수준인 1만5000여건에 그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영구적인 안정화 신호는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4가 출시되는 5월께 보조금 경쟁이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정부의 강경 대책 여부에 따라 경쟁의 수위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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