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여담]닭다리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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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 기호나 취향의 산물인지, 교육의 결과물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여기서 논의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고. 다만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주장은 상당 부분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예컨대 나는 (아직 여든은 안 됐지만) 지금까지도 닭의 다리를 잘 먹지 못한다.(닭은 다리를 두 개 갖고 있는데, 나중에 밝혀지겠지만, 이게 아주 중요하다)어린 시절, 집에 경사가 있으면 어머니는 닭을 잡아 푹 삶아서 밥상에 올리셨다.(일테면 아버지께서 승진을 하셨거나, 월급봉투를 온전한 형태로 간직하여 일찍 들어오셨거나…)

첫 번째 다리는 당연히 아버지 몫이다.(승진도 월급도 그분의 공이니까) 나머지 하나는 그날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데 대개의 경우 장남이나 고명딸, 아니면 막내에게 돌아갔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5(형) 대 3(막내) 대 2(여동생)의 비율이었다. 아슬아슬하게 내 곁을 스쳐 다른 형제에게 넘어가는 닭다리를 바라보며 나는 떼도 써보고 울어도 봤지만, 5 대 3 대 2의 황금비율을 깨뜨리지 못한 채 쉰을 넘겨 버렸다.이제 4남매 모두 곁을 떠나 어머니의 하루 세 끼 밥상에는 아버지만 홀로 남았으니, 두 분께서 닭다리 하나씩 사이좋게 나눠 드시고 계시려나?

지금도 닭다리만 보면, 울고 있는 나를 달래시던 어머니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둘째야, 닭은 다리보다 가슴살이 더 담백하고 영양도 많은 거란다."  

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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