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결혼시즌에도 불황에 '반지 손님' 뚝···예물 다이아가 운다

女心 울렸던 '김중배 반지'..이젠 심순애도 발 끊었다

[르포]결혼시즌에도 불황에 '반지 손님' 뚝···예물 다이아가 운다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예물 3세트요? 다 옛날 이야기에요. 요즘 예비부부들 예물에 돈 안써요. 결혼 특수는 무슨, 파리만 날립니다. 이러다 문 닫겠어요."

종로에서 20년째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진(가명, 54)씨는 "지난해보다 손님이 절반 넘게 줄었다"면서 "결혼시즌이 다가오면서 사정이 좀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하루에 손님 10명 찾아오면 많은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불황이 계속되면서 예비부부들이 예물에 돈을 쓰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불황이 결혼 예물시장도 얼어붙게 만들었다. 18일 찾은 종로 귀금속 매장 밀집 지역에서는 손님을 찾기 어려웠으며, 인근의 백화점 역시 한산했다.

예물을 사려는 손님이 줄어든 이유는 경기 침체로 예물 간소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귀금속 상가 직원인 박수경(가명, 38)씨는 "예물을 구입하는 경향이 점점 실속을 갖춘 구성으로 흘러가고 있다"면서 "과거엔 목걸이, 귀걸이, 반지로 두 세트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대부분 한 세트만 한다"고 말했다.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보통 500만원에서 1000만원을 썼던 예물 구매비용을 절반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캐럿 1500만원, 5부 300만원 정도인 다이아몬드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제 구매규모는 예년 성수기의 20∼30%에 그치고 있다.

결혼을 준비하면서 집이나 자동차에 비중을 더 두는 것이 예물시장 축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예물은 한 세트만 하거나, 아니면 아예 커플링만 구매하는 예비 부부가 늘고 있다.

금값이 여전히 부담스런 수준이라는 점도 귀금속 매장 불경기에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의 금시세에 따르면 18일 기준 순금 1돈(3.75g)당 도매가는 22만8000원이다. 이달 들어 22만1000원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종로에 있는 금은방들의 이날 금 소매가는 25만원 정도였다.

종로 3가에서 귀금속 매장을 운영하는 임덕수(가명, 45세)씨는 굳은 얼굴로 "금값이 조금 내릴 때도 있었는데 여전히 오르고 있다"면서 "경기도 좋지 않아 귀금속 소비가 더 줄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예전처럼 다이아몬드만 고집하는 손님들도 감소했다고 한다. 박수경 씨는 "어른들은 해주고 싶어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다이아몬드에 집착하지 않는다"면서 "가격도 백화점의 3분의 1수준인데 안팔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예비부부들이 선호하는 예물반지는 다이아몬드 3부. 다이아몬드 가격만 도매가 기준 38만원이다. 남녀 커플링 결혼반지를 사려면 130만원이 필요하다. 다이아몬드 가격은 20년 전 가격과 비슷할 정도로 낮아졌다.

다이아몬드 가격이 내렸는데도 예비부부들은 실속있게 반지만 구매하거나 신부 반지에만 다이아몬드를 넣는 경우가 많다. 디자인도 중량감이 낮고, 활용도가 높은 심플한 디자인을 선호한다고 한다.

귀금속 매장에서는 불황 타계책으로 같은 가격에 다이아몬드 중량을 높여준다거나 다이아 세트와 커플링을 같이 구입할 때 커플링을 50%할인해주는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다른 매장의 한 직원은 "장사가 안돼 가게 월세도 못낸다는 말이 남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올해부터 손님이 뚝 끊어져 가게세를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푸념했다.

이날 매장을 찾은 한 예비부부는 "예물 대신 집 구하는데 돈을 더 투자하기로 했다"면서 "신부 예물 1세트와 커플링을 구매했는데, 다이아몬드는 하지 않는 대신 모형 다이아몬드를 넣었다"고 말했다.

인근 백화점에 입점된 주얼리 매장의 사정도 별반 다를게 없다. 골든듀 매장 직원은 "전체적으로 전년대비 20~30% 매출이 줄었다"면서 "세트로 많이 팔리던 예물이 요즘은 커플링으로 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브랜드 인지도가 있어 구경하러 오는 손님들이 많은 편이지만 실제로 구입으로 연결된 경우가 줄었다"면서 "요즘 결혼예물은 청담동 주얼리 숍과 같은 초고가 예물들 아니면 저렴한 제품들이 많이 나간다"고 덧붙였다. 소비 양극화 현상이 결혼 예물에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이달이 결혼 시즌인데 요즘 예비부부들의 발길이 뜸하다"면서 "입점해 있는 업체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lhs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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