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는 한국 금융투자업계의 성지다. 여의도(汝矣島)라는 지명은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인 양말산이 홍수에 잠길 때도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어서 '나의 섬' '너의 섬'하고 말장난처럼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 너 여(汝)를 쓴 배경이다. 불과 8.5㎢ 에 불과한 조그만 섬에서 인력지도를 그려보면 여성들이 차지하는 면적과 위상은 이보다 더욱 미미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 시대를 맞아 이제 여성의 섬(女矣島)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애널리스트에서 영업지점장까지 신 여성 파워라인(Power Line)이 꿈틀거리고 있다. 본지는 10회에 걸쳐 발군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증권업계 여성전문인력을 소개한다.<편집자주>
딸 키우듯 돈 키웠다는 '펀드렐라'
매일 시장과 싸우는 직업..믿어주는 투자자가 큰 힘 [아시아경제 구채은 기자]차별은 없었다. '펀드 수익률'이란 숫자엔 '남녀'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여성이라고 승부욕이나 근성이 빠진다고 생각지도 않았다. 시장과 싸운다는 느낌은 즐겼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성실함으로 승부를 보고자 했다. 그런 태도 덕분에 '펀드렐라'라는 별칭까지 얻으며 6년여의 펀드매니저 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서울 여의도 하이자산운용에서 만난 임은미 주식운용3팀장(사진·40)는 펀드매니저를 '날마다 시장과 싸우러 가는 직업'이라고 정의했다. 퇴근할 땐 승패가 갈린다. "오늘은 시장에 졌어, 오늘은 이겼어"라는 말을 동료들과 나눈다. 매일매일 나오는 '수익률'이란 성적표가 어깨를 짓누르지만 수익률이 좋을땐 일하는 재미로, 나쁠땐 복구해야한다는 책임감으로 버텼다. 임 팀장은 2000년 외환코메리쯔투신운용(ING 자산운용 전신)에 입사, 조흥은행 경영연구소, 칸서스자산운용을 거쳐 2007년부터 지금 직장인 하이자산운용에 몸담고 있다. 애널리스트 8년을 거치면서 여러 섹터를 맡았고 이는 펀드매니저가 되는데 밑거름이 됐다. 현재는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면서 하이자산운용 주식운용3팀을 이끄는 리더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워킹맘이다. 10여년의 직장생활동안 일·가정을 양립하기가 '쉽진 않았다'고 말했다. 남편의 외조도 있었지만 펀드매니저로써 일하는 즐거움을 쉽게 놓을 순 없었다. "엄마로써의 역할만큼이나 절 믿고 소중한 자산을 맡기는 투자자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관둘순 없었다"고 말하는 그는 그가 운용하는 펀드나 종목들이 자식같이 느껴질때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딸 학원비 내는 날은 까먹어도 펀드 살펴보고 종목들 알아보는 일은 잊지 않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임 팀장은 인터뷰 내내 '책임감'이란 단어를 입에 자주 올렸다. '선관의 의무'도 마찬가지다. 남의 돈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태도가 '책임의식'이란게 그의 지론. 지난해말 부진한 수익률과 더불어 집안 대소사까지 겹쳐 어려움이 많았지만 임 팀장은 '책임감'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하이중소형주플러스펀드의 경우 3년반은 수익률이 굉장히 좋았지만 1년반은 좋지 못했어요. 투자자로 보이는 한 할아버지가 전화와서 '펀드운용하는 사람이 바뀌었냐?'고 물으시더라구요. 그렇지 않다고 했더니 '그럼 됐어. 같은 사람이 하면 됐어'라고 말하곤 바로 끊으셨어요. 저를 신뢰하고 고생고생해서 모은 돈을 맡기는 분들을 생각하면 강한 책임감이 드는 것 같고, 그건 펀드매니저에게 가장 중요한 직업적 소명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임 팀장이 포트폴리오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것은 후배 펀드매니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것. 주니어 펀드매니저들이 편하게 고민상담도 받고 벽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수평적인 리더십'을 추구한다. 여성으로서 관계지향적인 태도가 이때 도움이 됐다.
임 팀장의 꿈은 '흥부펀드'를 만드는 것이다. "어려운 분들의 푼돈을 모아 운용해서 높은 수익률을 거둬 보고 싶어요. 그런 분들이 미래 걱정을 덜 수 있게 좋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펀드매니저가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시리즈 끝>
구채은 기자 fak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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