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얼마를 받길래 국민투표로 기업인 연봉 제한할까?

스위스 3일 주민발의 기업인 보수제한 방안 68% 찬성으로 가결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스위스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도 스위스 국민들이 기업 경영진의 보수에 가장 가혹한 제한을 가하는 주민발의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로써 스위스 기업 임원들은 물론,스위스에 본사를 둔 외국 기업임원들은 앞으로 거액의 급여를 받을 꿈을 접어야 할 것 같다.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 등은 3일(현지시간) 실시된 주민발의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46% 투표율에 67.9%의 찬성률을 보였다고 보도했다.주민발의 법안이 국민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스위스 의회는 주주에게 회사 경영진의 모든 보수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그러나 시한은 법률 시행 시한은 정해지지 않았다.이른바 ‘살찐 고양이’(fat cat: 배부른 자본가란 의미) 척결을 위한 주민발의 국민투표안은 주주가 스위스에 법인을 등록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보수를 승인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 법안은 또 기업 인수ㆍ합병이나 매각이 성사됐을 때,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하는 특별 보너스(황금 낙하산)를 금지하도록 했다.

경영진 보수 규정을 위반하면 최대 6년치 보수에 상당하는 벌금형과 징역 3년의 실형에 처할 수 있다. NYT는 이번 국민투표 결과는 치약 회사 ‘트라이볼’의 경영자이자 스위스 국회의 무소속 의원인 토마스 민더(53)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2008년부터 청원운동을 시작해 국민투표 요건인 1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01년 스위스에어가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스위스에어로부터 계약을 취소당해 회사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민더의원은 스위스에어 경영진이 천문학적인 보수에 분노해 2006년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유럽 보수 랭킹 20위 가운데는 크레디 스위스 그룹 브래디 더간 CEO,발전설비회사 ABB의 조 호건 CEO,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조 히메네스 CEO, 제약회사 로슈홀딩의 세베린 슈완 CEO, 식품회사 네슬레의 폴 벌케 CEO 등 5명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더간의 경우 2010년에 7100만 유로(미화 7800만 달러)어치의 주식을 받았다.이는 2011년도 스위스 국민 평균임금 7800달러의 1만배에 해당한다.

대형 금융사고로 커다란 손실을 입은 스위스 금융회사 CEO들의 연봉은 2011년 25% 이상 급여가 줄었지만 기업 경영진의 급여는 같은 기간 중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5% 상승했다.

제약회사 노바티스는 퇴임하는 다니엘 바셀라 회장이 경쟁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막기 위해 7800만 달러의 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해 정치적 논란을 낳았다.

앞서 금융위기를 초래한 기업의 과잉과 남용을 공격한 월가점령(Occupy Wall Street) 운동이후 독일과 미국 기업들은 경영진의 임금을 결정하는 데 주주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지만 강제 조항은 아니었다.

유럽의회도 지난달 28일 은행경영진의 보너스를 연봉의 2배 이내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으며 영국은 올해 말까지 주주들에게 경영진 보수를 결정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기업 경영진 보수 규제에 대해 스위스재계는 기업 활동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스위스 재계는 “이런 방식으로 임원의 임금이 제한되면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들이 떠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법안에 반대해온 재계 단체인 이코노미스위세는 “투표결과는 기업하기 좋은 곳 스위스에 대한 부정적인 신호”라고 비판했다.네슬레의 벌케 CEO는 지난 달 15일 “민더의 방안은 스위스를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덜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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